오피니언 사설

평창의 오점으로 남은 ‘팀추월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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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비정상적 플레이에 대한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세 선수가 한 팀이 돼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팀추월에서 마지막 선수만 뒤처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게다가 앞서 들어온 김보름 등 두 선수가 뒤처진 노선영 선수를 책망하는 듯한 인터뷰를 했다. 노선영 선수에 대한 왕따 논란까지 나왔다.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 남자 팀추월팀, 금메달을 딴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팀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됐다.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김보름 선수와 백철기 대표팀 감독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에 대해 설명하며 “경기 전날 함께 작전을 짰다”고 했지만, 노선영 선수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아직 진위가 명백히 가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선영은 애초 빙상연맹의 행정 실수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구제됐다. 이와 관련, 노선영은 언론 인터뷰에서 “팀추월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특정 선수들이 훈련의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선수를 앞세워 상대 진영에 흠집을 내려는 빙상연맹 내 고질적 파벌싸움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빙상연맹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즈음해 여러 무리수를 뒀다. 심석희 선수에 대한 코치의 폭행 사건에,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 규정에 나이제한 조항을 신설했다가 비판을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올림픽으로 모처럼 겨울 스포츠에 대한 전 국민적 열기와 응원이 뜨겁다. 빙상연맹이 그 열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스포츠정신 아닌 파벌에 따른 플레이를 가르친다면, 선수들 역시 피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