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포스트 평창, 한미연합훈련 '로 키'로 고비 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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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던 양국의 연합훈련을 재개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달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고, 남북관계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여부, 그리고 훈련의 규모와 강도가 최근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고비로 여겨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지난해 한미군은 상반기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과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지난해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칼빈슨 항공모함에 탑재된 F/A-18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지난해 한미군은 상반기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과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지난해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칼빈슨 항공모함에 탑재된 F/A-18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한ㆍ미 군사 당국 간에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 14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자료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1일 오전 현재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노동신문도 지난 2일 미국이 발표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 대해 “핵 패권 야심과 핵전쟁 도발 기도가 짙게 깔려 있는 문서장”이라고 지적한 게 전부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의 일정이 구체화할 경우 북한은 대화를 중단하거나, 군사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한미 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의 안정적인 상황관리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한국군 K-55 자주포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한국군 K-55 자주포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포스트 평창’을 위해선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현실적으로 시기상 훈련 내용 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기존에 한미연합훈련을 2월 말부터 진행한 건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기동훈련을 함으로써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도 이유”라며 “농사가 시작되면 컴퓨터를 이용한 워게임 형식의 키리졸브 연습은 규모와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육상기동훈련의 규모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훈련을 하더라도 전략무기의 파견을 최소화하거나 외부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군인이 훈련을 통해 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옮기고 실시했던 북한의 지난 8일 열병식 모습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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