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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군 다녀온' 남자컬링, 약속대로 끝까지 물어뜯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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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7차전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한국팀 이기복(맨 앞부터), 오은수, 김창민이 투구 방향을 읽고 있다.[강릉=연합뉴스]

19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7차전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한국팀 이기복(맨 앞부터), 오은수, 김창민이 투구 방향을 읽고 있다.[강릉=연합뉴스]

"유럽과 북미팀들은 보통 키가 1m80cm가 넘고 체격이 좋다. 우린 7전8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어뜯는 컬링을 펼치겠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남자컬링대표팀 김창민(33)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각오다. 김창민은 비록 평창올림픽 4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약속을 지켰다.

한국(세계 16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남자컬링 예선 8차전에서 스위스(세계 5위)를 8-7로 꺾었다. 남자컬링은 10팀이 예선에서 한 번씩 맞붙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4강 진출팀을 가리는데, 한국은 3승 5패를 기록해 4위 안에 들지 못하게 됐다. 한국은 21일 일본과 예선 최종 9차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스웨덴(7승 1패)·스위스·영국·캐나다(이상 5승 3패)를 넘지 못한다.

18일 오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덴마크 경기에서 한국 김창민(가운데)이 스톤을 던진 뒤 바라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8일 오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덴마크 경기에서 한국 김창민(가운데)이 스톤을 던진 뒤 바라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은 대회 초반 4연패를 당했다. 와르르 무너질뻔했다. 하지만 5차전에서 세계 6위이자 컬링 종주국 영국을 꺾었다. 6차전에서 덴마크에 패해 4강 진출이 힘들어졌고, 김창민은 "패배할 때마다 응원해준 분들에게 죄송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위스의 경기. 스위스를 8-7로 꺾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오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위스의 경기. 스위스를 8-7로 꺾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7차전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했다. 이날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 팀 스위스까지 꺾었다. 한국은 5-6으로 뒤진 7엔드에 2점을 따내 역전에 성공했다. 7-7로 맞선 10엔드에 스킵 김창민이 라스트 스톤을 하우스 중앙에 안착시키면서 승리를 따냈다.

 남자컬링대표팀. 왼쪽부터 오은수 성세현 김창민 이기복 김민찬. 맨 오른쪽은 임명섭 감독이고 왼쪽에서 셋째는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 겸 전 남자팀 총감독 [중앙포토]

남자컬링대표팀. 왼쪽부터 오은수 성세현 김창민 이기복 김민찬. 맨 오른쪽은 임명섭 감독이고 왼쪽에서 셋째는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 겸 전 남자팀 총감독 [중앙포토]

한국남자컬링대표팀은 여자컬링대표팀에 비해 거의 알려진 게 없다.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남자팀에는 일반 현역병을 다녀온 선수가 두 명 있다"고 전했다. 스킵(주장) 김창민은 육군 보병으로 2016년 제대했다. 김민찬은 해군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전역했다. 운동선수에게 2년이란 공백은 치명적이다. 특히 컬링은 스톤을 딜리버리하고, 브룸으로 빙판을 닦아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한 번 감을 잊으면 되찾기 쉽지 않다.

김창민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군 생활 2년간 컬링 훈련을 아예 못했다. 빗자루질은 했다"며 "제대하고 컬링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민찬의 친누나 김민정 여자컬링대표팀 감독은 "창민이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면 컬링장으로 달려와 연습했다"고 전했다.

예비역이 가세한 남자팀은 지난해 완전체가 됐다. 김창민(스킵)ㆍ이기복(리드)ㆍ오은수(세컨드)ㆍ성세현(서드)ㆍ김민찬(후보)으로 구성됐다. 컬링국가대표 출신인 임명섭(35) 감독은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그만두고 컬링계로 돌아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브룸으로 빙판을 닦았다.

이들은 지난해 대표선발전을 통해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18일 오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덴마크 경기에서 한국팀 이기복(왼쪽부터), 오은수, 성세현, 김창민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18일 오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덴마크 경기에서 한국팀 이기복(왼쪽부터), 오은수, 성세현, 김창민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남자컬링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스킵 김창민은 승부처에서 실수를 범해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스위스전 10엔드에 그림 같은 샷을 선보였다.

남자컬링대표팀은 국내 팬들에게 남자컬링만의 묘미를 선보였다. 배구와 비슷해서, 여자경기는 아기자기한 데 반해 남자경기는 화끈했다. 남자배구의 스파이크처럼 힘이 넘쳐 상대 스톤 세 개를 한 번에 쳐내는 '트리블 테이크 아웃'도 나왔다.

사실 남자컬링은 여자컬링보다 세계와의 격차가 더 크다. 하지만 첫 올림픽에서 영국·이탈리아·스위스를 잡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일 일본과 최종전이 남았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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