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시작되나, 긴장한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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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엔고(円高·엔화 값 상승)’가 돌아왔다.

아베, 구로다 총재 연임 결정 직후 #달러당 106.52엔 … 엔저 유지 비상

일본 외환시장은 살벌한 한 주를 보내는 중이다. 달러당 엔화가치는 19일 오후 4시 기준 106.52엔에 거래됐다. 이달 초만 해도 110엔대를 유지했던 엔화 값은 15일 106엔대로 상승한 이후 내려가지 않는 중이다.

지난주 장중 한때이긴 하지만 106엔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16일 105.5엔을 ‘터치’했다. 2016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5일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검은 월요일’ 사태 이후 엔화 몸값이 올랐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를 투자자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일본 경기 회복세도 엔화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사진) 일본은행 총재 연임안을 지난 16일 의회에 제출했다. 4월이면 끝나는 임기를 5년 더 연장하는 안이다. 1961년 이후 57년 만의 총재 연임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구로다 총재에게 내린 특명은 엔저 유지다. 그동안 구로다 총재는 충실하게 이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례가 드문 총재 연임 결정을 아베 총리가 내린 이유다. 하지만 연임안이 제출되자마자 구로다 총재는 엔고의 귀환이란 고비를 맞았다.

그동안 일본 경제는 엔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날 일본 재무성은 1월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1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수출 전선에도 문제가 생긴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가치 급등은 (일본 경제에) 위험 요소”라며 “수입 단가를 낮추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수출에 따른 이익을 줄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엔고 방어를 위해 통화정책 정상화(풀었던 엔화를 다시 거둬들이는 정책)를 늦출 것이라 예상한다. 일본 이토츠(伊藤忠)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타케다 아츠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의 급격한 상승세는 10년물 국고채 금리 연 0% 수준 유지라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목표 달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만약 달러당 엔화가치 100엔선이 붕괴된다면 (일본은행이) 추가로 통화 완화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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