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대통령 “우물서 숭늉 찾는 격” 남북 정상회담 속도 조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김 여사가 남자 1000m 결승에서 서이라와 임효준 선수가 넘어지자 문 대통령을 붙잡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IOC 선수위원, 오른쪽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김 여사가 남자 1000m 결승에서 서이라와 임효준 선수가 넘어지자 문 대통령을 붙잡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IOC 선수위원, 오른쪽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와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는 ‘톱니바퀴론’을 다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의 프레스센터를 찾아 내외신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북·미 대화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올인하는 단독 운전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대미·대국민 메시지로 풀이된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정상회담에 국제 공감대 필요 판단 #청와대는 “북·미, 탐색대화 나서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우물에서 숭늉 찾기’ 비유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변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키(열쇠)는 북·미가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북·미 간에 탐색 대화, 예비 대화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화 테이블에 구체적인 의제들을 올려놓고 만나기보다는 누군가 ‘대화 한번 해 보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여정 특사 일행이 방한한 뒤 8월 15일 정상회담설 등 정치권과 언론에서 각종 추론이 등장했을 때 청와대 인사들은 일제히 “너무 앞서 나간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국제사회의 공감대, 특히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역대 두 차례 정상회담은 북·미 관계가 개선된 뒤 이뤄졌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관여 기조 속에 탄력을 받았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도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2·13 합의가 타결되면서 발판이 마련됐다.

관련기사

청와대가 이번에 기대하는 북·미 대화는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 때처럼 전격적인 해빙 수준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북한의 진의 파악을 위해 접촉에 나서는 탐색전 단계의 대화로 보인다. 북·미 간 본격 대화에 앞서 예비적 대화가 시작돼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들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북·미 간 본격 대화를 견인하는 톱니바퀴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북·미 대화와 관련해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와대의 기류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반영됐다.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7일(현지시간) 남북 관계 발전과 관련해 “그 전제에는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외교적 방법으로서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한국 입장”이라면서도 “북핵 문제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로 대화와 교류라는 평화적 선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