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71명 숨진 여객기 추락 "외부 속도 측정기 결빙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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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폭발해 탑승자 전원이 숨진 An-148 여객기의 엔진 조각을 응급 요원들이 땅에서 꺼내고 있다. [러시아 정부 제공]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폭발해 탑승자 전원이 숨진 An-148 여객기의 엔진 조각을 응급 요원들이 땅에서 꺼내고 있다. [러시아 정부 제공]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추락해 탑승자 71명 전원이 숨진 여객기 사고는 외부 속도 측정기가 얼어붙어 기내 계기판에 잘못된 속도를 표기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조사 당국이 밝혔다.

항공위 "외부 측정기용 가열기 켜지 않아 속도 오류 #착각한 조종사, 엔진 최고 수준 가동하다 과열"

 사고를 조사한 러시아 항공위원회(IAC)는 “조종사가 보는 계기판에 잘못된 속도 정보가 표기된 것이 ‘특수 상황'의 원인일 수 있다"며 "기체 외부에 설치돼 속도를 측정하는 피토 시스템이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13일 밝혔다. IAC 측은 수거된 사고기의 블랙박스 중 하나인 비행기록장치(FDR)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종석 계기판과 연결된 피토 시스템은 항공기 외부 머리 부분에 있는데, 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열기가 달려 있다. 피토 시스템은 2009년 대서양에서 추락해 228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에어프랑스 447 여객기에서도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됐었다.

 러시아 RBK 신문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여객기가 공항에서 이륙할 때 결빙제거제를 기체에 뿌리는 처치를 기장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사고기 조종사가 피토 시스템의 가열기를 켜지 않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기내 계기판에 실제와 다른 속도가 표시됐고, 이게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객기 잔해를 모으고 있는 응급 요원들. [러시아 정부 제공]

여객기 잔해를 모으고 있는 응급 요원들. [러시아 정부 제공]

 IAC 측은 “여객기 이륙 2분 30초 후 1300m 고도를 날고 있을 때 속도 장치에 이상이 나타났다"며 “여객기의 자동 운항 장치가 꺼져 있어서 항공기가 지면과 부딪히기까지 급격하게 속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사고 원인은 다른 블랙박스인 조종실 음성녹음장치를 해독한 후에야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속도계 고장으로 기장이 비행기 속도가 떨어졌다고 착각해 엔진을 최고 수준으로 가동해 과열된 엔진이 파손됐을 수 있다고 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일치한다. 사고 수습 작업에 나선 비상사태부는 이날 오전까지 1400여 점의 시신 잔해와 기체 잔해 500점가량을 발견했다.

 앞서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 항공사 소속 An-148 여객기는 모스크바 동남쪽 외곽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이륙했다가 4분 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승객 65명과 승무원 6명 등 71명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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