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집중하는 홍준표, 꽃길인가 독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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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대구ㆍ경북(TK) 발전협의회 위원장을 맡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대구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두 번째 대구 기반 다지기 행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대구시청에서 안전 및 생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대구시청에서 안전 및 생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대표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당 주최로 연 안전 및 생활점검회의에서 “당에서 대구·경북 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놓았지만 사실상 활동이 미약했다. 발전협의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TK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 위원장에 출마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월 지방선거를 언급하며 “TK가 우리 한국당의 본산이다. 여기에 뿌리를 둬야 그 물이 충청으로 경기로 서울로 간다. 한나라당 이래로 늘 (선거 전) 동남풍이 불면 이긴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의 말이 끝난 뒤 김상훈 의원은 “(홍 대표 추대에) 의원님들 동의하시면 박수를 쳐달라”고 요청했고, 현장에서 박수로 홍 대표가 위원장에 추대됐다. 지난해 7월 창설된 협의회는 별도 위원장을 두지 않고 대구시당ㆍ경북도당 위원장이 간사를 맡아 운영해 왔다.

지난달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홍 대표는 이날 협의회 위원장까지 맡으면서 TK 지역을 정치기반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보수 텃밭인 TK부터 확실히 장악해, 그 세를 몰아 고전 중인 당을 다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구에서 ‘보수 적통’을 인정받는 건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홍 대표의 ‘대구 정치’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날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민식 전 의원은 “전국선거가 목전인데 당 대표가 특정 지역을 위해 뛰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차라리 당 대표 자리를 내놓고 일찌감치 대구로 내려가서 선대본부장이나 하며 꽃밭이나 가꾸라”고 비판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성적이 나쁠 경우 홍 대표의 ‘대구행’은 고스란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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