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노진규 위한 질주, 노선영 "미련 남지 않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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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노선영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노선영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14위 #역대 올림픽 출전 4번 만에 최고 성적 #19일엔 김보름-박지우와 팀 추월 출전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해 뛰겠다던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콜핑)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에서 후회없는 질주를 펼쳤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14위를 기록했다. 메달권과 개인 최고기록(1분 56초0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네 차례 출전한 자신의 올림픽 중에서는 최고 순위였다. 노선영은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선 여자 1500m 32위(2분3초35),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30위(2분2초84),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9위(2분1초 07)에 올랐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노선영.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노선영. [연합뉴스]

노선영의 이름이 불리자 경기장의 관중들은 손뼉과 환호성으로 격려했다. 하마터면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할 뻔 했던 사연을 알기 때문이었다.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도 부인과 함께 노선영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5조 아웃코스에서 예카데리나 아이도바(카자흐스탄)와 달린 노선영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섰다. 충성이 울리기 전 움직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다시 출발선에 선 노선영은 첫 300m를 26초44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400m 구간에서는 힘을 내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노선영은 "일주일 정도 쉬고 2주 만에 경기를 해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오늘 경기가 좋은 훈련이 됐다"면서 "팀 추월 경기에서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 있는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할 당시 노선영은 힘든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강릉=연합뉴스]

4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할 당시 노선영은 힘든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강릉=연합뉴스]

노선영의 동생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노진규다. 남자대표팀 에이스였던 노진규는 2014 소치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됐으나 골육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올림픽에 가지 못했다. 2년간 투병 생활을 한 노진규는 결국 2016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동생이 봐도 만족했을 경기를 했다. 경기 전까지는 동생 생각이 많이 났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동생 생각보다는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자 팀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은 올림픽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팀추월에 나서려면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뒤늦게야 안 것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였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 2명이 출전하지 않은 덕분에 예비 2순위이던 노선영이 출전권을 얻었다. 출전을 두고 고민했던 노선영은 "누구의 도움도 아니고 스스로 얻은 기회였는데 주위의 시선 때문에 4년간 노력해 온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노선영은 김보름, 박지우와 함께 19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출전한다. 노선영은 "오늘 경기가 좋은 훈련이 됐다. 오늘 경기를 발판삼아 팀 추월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강릉=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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