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개헌 추진 시끌…“대통령 더 하면 날 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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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정치권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방제 개헌 추진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마닐라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올해 초부터 본격화 된 개헌 문제로 정치권 내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각이 점점 첨예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 “연방제 개헌은 집권 연장위한 꼼수” #개헌 후 집권하면 최장 16년 통치 가능 #여권 인사 “개헌하면 모두 백지에서 경쟁”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7일 “개헌 추진은 집권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루라도 더 대통령직에 있게 된다면 군과 경찰이 나를 체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개헌을 하더라도 임기가 끝나는 2022년 6월 30일까지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두테르테는 지난달 22일에도 “내가 임기를 넘겨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내게 총을 쏴라”는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하지만 필리핀 정가에선 그의 이같은 선언에도 불구, 개헌 추진의 속내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고 있다. 집권 연장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장은 “연방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총재도 맡고 있는 피멘텔 의장은 “정말 필요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새 헌법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개헌 자문위원인 라몬 카시플도 “모든 선출직 공무원은 1987년 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새 헌법 하에서는 모두 똑같이 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행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하지만 여권의 개헌안에선 5년 임기의 대통령을 2차례 맡을 수 있다.  두테르테가 개헌에 성공하고 이후 대통령을 다시 맡는다면 총 16년 동안 집권이 가능해진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개헌은 두테르테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이다. 지난 31년간 유지해온 대통령 6년 단임제를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바꾸고 연방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65~86년 재임) 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 또 ‘1987년 헌법 체제’가 현 상황과 맞지 않아 빈곤 해소와 국가 안보에 도움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실 필리핀에서도 “마르코스 대통령 축출이후 그간 6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정책 연속성이 떨어지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테르테의 개헌안은 총리가 행정수반을 맡아 내치를 하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정부 감독권도 갖도록 했다. 또 전국을 5개 연방주로 개편해 폭넓은 자치권도 부여한다.

AP통신 등은 “개헌 논의에 앞서 일단 두테르테 대통령의  차기대선 출마 허용 여부부터 의견 수렴이 돼야 한다”며 “여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의회에서의 개헌안 통과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후 국민투표가 개헌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테르테 측은 2019년 5월까지 개헌작업을 완료하고 2022년부터 개헌안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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