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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안 표결 이모저모] 野 20분만에 '후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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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야당만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2년 전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짜도 9월 3일이어서 16대 국회는 같은 날 두 명의 장관을 해임건의한 기록을 갖게 됐다.

민주당이 박관용 국회의장의 등단을 막는 바람에 본회의는 한 차례 정회한 끝에 오후 3시 다시 열렸다. 이때 민주당 의원들은 세번째 의원총회를 한다며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정의화 수석부총무는 제안설명에서 "한총련이 미군 부대를 급습하고 야당 지구당사를 공격하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자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결에 걸린 시간은 20여분. 감표 의원 선정, 표결, 결과 발표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朴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한나라당은 "잘 했어!"라는 함성으로 반겼다.

표결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본회의장 주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밀담을 나눴지만 성과 없이 헤어졌다.

◆"코드 독재 저지하자"=한나라당은 오전에 의총을 열어 해임안 강행 방침을 재확인하며 전의(戰意)을 다졌다.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예외없이 해임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홍사덕 총무는 "지난 대선 패배 후 오늘 노무현 대통령과 첫 대결을 하게 된다"며 "해임안 표결로 '코드 독재'를 저지할 수 있을지, 한.미 안보 공조가 회복될지가 판가름나니 한 덩어리가 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지휘부를 비판해 온 홍준표.이성헌 의원 등도 일단 표결에선 당론에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최병렬 대표는 "나를 공격했던 의원들이 당을 위해 뜻을 모으겠다고 해 감격스럽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 현장에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락가락한 민주당=민주당은 오전 10시부터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분위기는 '본회의 불참'쪽이었다. 김성호 의원은 "명분도, 사유도 없는 해임안인 만큼 대국민 성명서를 내고 본회의에는 불참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신주류를 중심으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번 의총을 여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상현 고문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막았을 때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의 정국 경색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며 "사회권을 봉쇄해서라도 표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재 의원은 "의장실을 막거나 단상을 점거해서라도 막아내야 한다"며 "먼저 신당파가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상현 고문 등 20여명을 '의장 저지조'로 의장실에 보내는 등 실력 저지의 형식적 모양을 갖췄으나 신당 문제를 둘러싼 신.구주류의 내분 때문인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정작 박관용 의장이 사회봉을 잡았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 참석하느라 본회의장에 없었다. 당 지도부가 역부족을 절감한 탓인지 실력 저지에서 돌연 집단퇴장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의총에 40~50여명만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저지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표 분석=이날 표결에는 한나라당 의원 1백49명 전원과 자민련 의원 10명, 민국당 강숙자 의원 등 1백60명이 참여했다. 찬성은 1백50명이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김홍신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에서 나온 찬성표는 최대 1백48표다. 이럴 경우 자민련에서 두 명의 의원이 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 주변에선 이 두 표가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과 J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이제 그만 전국구 의원직에 연연해하지 말고 당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김홍신 의원은 "참새가 지저귄다고 잠을 못 자겠느냐. 양심에 따라 밀고 나갈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남정호.신용호.박신홍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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