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생 5만명 증원 세부계획은 3無...실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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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교육부가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학급을 2600개 이상 신·증설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수를 5만명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 실현 방안, 재원 조달 방법, 교사 수급 계획 등 세 가지가 발표에서 빠져 실현 가능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전 산내유치원을 방문해 학부모 간담회를 갖고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현재의 24.8%에서 4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국공립 유치원 40% 확대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신규 주택공급지서 정원 확보" #2013년 의무화 됐으나 안 지켜져 #재원조달, 교원 수급 계획도 안 담겨

지난해 기준으로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수는 17만2521명이다. 사립까지를 포함한 전체 유치원생 중 24.8%를 차지한다. 국공립유치원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는 높고 입학 경쟁이 치열해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수를 5만2000명 더 늘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학급 수를 2600개 이상 신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국립 영천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학급 수를 2600개 이상 신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국립 영천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따라 당장 올해에만 전국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497개 확대하겠다고 이날 김 장관은 발표했다. 독립적으로 유치원만 있는 단설유치원이 31곳, 초·중·고교 내에 설치하는 병설유치원이 55곳이다. 학급이 가장 많이 신설되는 곳은 신규 택지개발지역이 많은 경기도로 162개 학급이 새로 생긴다. 단설유치원 9곳, 병설유치원 16곳이 새로 생긴다. 경기도 다음으로 학급 신·증설이 많은 지역은 서울(65개)·세종(53개)·대구(33개)·충남(32개)·경북(31개) 등이다.

교육부 발표를 얼핏 보면 만 3~5세 자녀를 국공립유치원을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계획을 들여다보면 신규 주택 공급 지역에 국공립유치원 설립을 의무화한 기존 유아교육법을 지켜나가기 위해 보다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명 정도가 전부다. 새로운 주택공급지를 제외한 지역에선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현행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공공주택지구 등 주택 공급이 예정된 지역은 초등학교 정원의 25%를 국공립유치원 정원으로 확보해야 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는 전국 130개 개발지구에서 약 127만 세대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국공립유치원 의무설립기준을 적용하면 국공립 유치원 정원을 5만~6만명 규모(학급으론 2500~3000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이날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육부가 국공립 정원 확대 가능성의 근거로 이날 제시한 ‘주택공급지 유치원 정원 의무 확보’ 조항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3년 생겨났다. 하지만 의무 조항인데도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부 권지영 유아교육정책과장은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관심도가 낮아 국공립유치원 설립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시도교육청의 초등학교 신설 계획단계부터 유아 배치계획을 분석해 국공립유치원의 의무설립을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년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법 조항의 효력이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재원 조달 방법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가 내놓은 ‘확대 세부계획’ 자료 어디에는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동안 예산 전문가들은 “국공립유치원 신·증설에 5년간 3조39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교육부 권지영 과장은 “유치원 신증설 예산은 교육청에서 담당할 부분이다. 예산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만 말했다.

교사 수급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도 이날 세부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교육부 발표대로 유치원에서 2600개 학급이 늘어나면 유치원 교사도 2600명이 더 필요하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교육부 발표에 대한 논평에서 “원장·원감 등 관리직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교사 인력이 더 많아진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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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유치원 증설에 대한 사립 유치원들의 불만 해소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전국 유치원에서 사립 유치원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75%다. 국공립 유치원생 비율이 40%로 늘면 사립 유치원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립 유치원들이 정부 방침에 반발해 휴업을 예고하자 “올해부터 일정 기준을 통과한 사립 유치원 중 일부를 공영유치원 형태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공립과 사립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표엔 포함되지 않았다.

세종=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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