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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용 ‘패션 군살빼기’ 2년, 영업이익 7배 늘어난 E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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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구자용

구자용

E1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45% 늘며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국내 LPG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E1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4082억원, 영업이익 937억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E1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11년 1300억원을 넘겼던 E1의 영업이익은 2015년 356억원, 2016년 110억원으로 몇 년 사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해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구 회장, 손뗐던 LS네트웍스 복귀 #프로스펙스 빼곤 사업 과감히 정리 #작년 실적 반등 이뤄 재도약 발판

E1의 이런 실적 개선은 구자용(사진) 회장의 LS네트웍스 ‘대수술’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E1의 부진은 수익성 악화나 국내 LPG 수요 감소 등의 요인도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손실이 커진 것이 큰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 브랜드로 유명한 국제상사가 전신이다. 법정관리를 거쳐 2007년 E1에 인수됐다. 현재 E1이 지분 약 81%를 가지고 있다. 당시 인수를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구 회장이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였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스케쳐스·몽벨·잭울프스킨 등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곧 위기가 시작됐다. 2010년 시작한 수입 자동차와 고급 자전거 판매 등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2010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패션 브랜드도 아웃도어 시장 포화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결국 LS네트웍스를 떠났던 구 회장이 다시 구원투수로 나섰다. 구 회장은 2007년 LS네트웍스 인수 후 4년간 경영하다 2011년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부진이 계속되자 2016년 3월 다시 LS네트웍스 경영에 복귀했다. ‘책임 경영’의 차원이었다.

구 회장은 곧장 혹독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우선 부진했던 패션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잭울프스킨은 시장에서 철수했고, 스케쳐스의 브랜드 사업권을 매각했다.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프로스펙스에만 집중했다. 임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뼈를 깎는 과정도 겪었다.

그 결과 LS네트웍스는 지난해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만 해도 영업손실이 582억원에 달했다. 단시간에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이 쉬웠을 리 없다. 구 회장은 분기마다 전 직원들과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해 회사 현황과 비전을 공유했고, 캔맥주와 다과를 먹으며 소통하는 ‘캔 미팅’도 꾸준히 열었다.

E1 관계자는 “모든 직원에게 회사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며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구 회장은 LS네트웍스 구조조정과 함께 E1의 해외 중계무역 사업 강화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E1은 정체된 국내 LPG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14년엔 싱가포르와 두바이에 이어 미국 휴스턴 지사를 설립했고, 몇 년간 신입사원 중 절반 정도를 해외사업 분야에서 채용했다. 그 결과 2007년 38%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60%까지 커졌다.

다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LPG 판매가격 하락과 국내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은 E1의 여전한 걱정거리다. 또 LS네트웍스의 구조조정 마무리까지 갈 길이 아직 남았고, 실적 악화로 훼손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도 구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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