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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워런 버핏·소크라테스·칸트의 공통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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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행 피하기 기술

불행 피하기 기술

사람들은 떠나온 청춘의 시간을 곧잘 그리워한다. 그런데 청춘이 좋기만 했을까. 어떤 길을 택할지 몰라 막막하진 않았나. 운명의 장난에 속수무책 끌려가기도 하고 보잘것없는 일에 상처도 받는다. 경험치가 쌓이면 좀 낫다. 의미도 재미도 없는 술자리는 거절하고 난데없이 들어오는 공격적인 발언엔 맞받아치는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찾은 행복의 길 #단순하고 조용한 삶 내세워 #인맥 넓다고 성공하지 않아

자기를 갉아먹는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렇듯 시간과 경험을 들여야 겨우 조금 알게 된다. 이 책은 그 기술을 속성 과외를 하듯 깔끔하게 알려준다. 중요한 건 불행에 맞서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다. 얼핏 서점 매대에 있는 자기계발서 중 하나같지만 그보단 꽤 깊이 있고 더 유용하다. 가장 큰 매력은 생각하는 방향을 조금만 바꾸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즉 “행복은 머리를 잘 쓰느냐에 달려있다”는 저자의 강단 있는 주장이다.

이 책엔 저자가 깨달은 ‘좋은 삶을 위한 52가지 생각 도구’가 나온다. ‘좋은 삶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치 있는 것만 남기기’ 등 네 챕터에 담겨있다. 최근 심리학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스토아학파 같은 고대 철학부터 워런 버핏 등 유명 투자가를 인용해 설명한다. 같은 돈이라도 심리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심리 계좌’, 주변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만족감을 체크하는 ‘내면의 점수표’,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을 정하는 ‘품위의 범위’ 등등. 크고 작은 갈등으로 마음이 번잡할 때 써보면 좋을 ‘심리 필살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좋은 삶은 행복과 성공을 좇는 태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행복의 반대에 있는 요소, 즉 스트레스·가난·질투·우울·자책이나 불평쟁이 지인, 희생적인 태도 등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구체적이기 때문에 이걸 없애는 게 더 낫다. 삶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감정은 멀리하고 갖고 있는 행복의 요소를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 핵심은 자기 심리 변화에 유연하고 영리하게 대처하는 사고방식이다.

행복은 노력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행복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답일지 모른다. [사진 인플루엔셜]

행복은 노력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행복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답일지 모른다. [사진 인플루엔셜]

자존감을 높이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인생의 주도권을 쥐면서도 사회 문제에 너무 관심을 갖지 않을 것. 필요 없는 인맥, 쓸모없는 정보는 과감하게 단절할 것. 특히 인터넷 시대에 적용할 만한 실제적 조언도 나온다. 매끈하게 포장된 삶을 전시하는 SNS는 타인과의 비교를 부추기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좋다. 또한 ‘덕질’처럼 꾸준히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워런 버핏, 소크라테스, 칸트 등 위대한 업적을 낸 이들은 누구보다 조용하고 단순한 삶을 영위했다.

52가지 중 몇몇은 내용이 엇비슷하고, 인용되는 학자와 유명 투자가가 반복돼 아쉽다. 주제의 일관성을 높이려는 전략일 테지만 생각의 폭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삶을 향한 유연한 태도는 큰 미덕이다. 힘을 잔뜩 쥔 채 ‘세상아 덤벼!’ 라고 외치지 말고, 힘 빼고 가볍게 뛰다가 장애물이 나오면 슬쩍 피하라고 말해주는 친절한 선배 같다.

스위스 출신 저자는 스위스항공 그룹에서 CEO로 일했고, 현재는 지식 교류 커뮤니티 ‘월드마인즈’를 운영한다. 그런 이력처럼 책에는 경영인 특유의 효율을 중시하는 태도와 지식인의 인문학적 통찰이 적절히 섞여 있다. 재기발랄한 유머도 속속 튀어나온다.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이다.

김나현 기자 respi 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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