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통 ‘공씨책방’ 임대료 때문에 둘로 쪼개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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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5일 신촌 한 지하 점포로 이주한 공씨책방. 다음달엔 성동구에서도 문을 연다. [사진 공씨책방]

지난 5일 신촌 한 지하 점포로 이주한 공씨책방. 다음달엔 성동구에서도 문을 연다. [사진 공씨책방]

46년 전통을 가진 공씨책방이 다음 달부터 두 개가 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성동구 성수동에서 한 곳씩 운영된다. 공씨책방은 1세대 헌책방이자, 서울시의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고(故) 공진석씨가 1972년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시작했는데 90년 공씨가 작고한 후 그의 처제인 최성장(72)씨와 처조카인 장화민(61)씨가 운영하고 있다.

2.3배 인상 요구에 지하점포 이전 #수만권 책 보관할 공간 부족 고민 #월세 싼 성수동 공공상가에 분점

공씨책방이 두 개가 된 속사정에는 ‘임대료’ 문제가 있다. 공씨책방은 1995년부터 신촌 대로변 점포(40평·132㎡)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새로 바뀐 건물주가 월 임대료를 1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장씨는 “40평대이면서 1층에 있는 점포는 임대료가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평수를 줄이고, 지하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공씨책방은 지난 5일 기존에 있던 곳에서 30m가량 떨어진 건물의 지하(30평·99㎡)로 옮겼다. 하지만 수만 권에 이르는 책을 이 곳에 다 보관하지 못했다. 또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성수동 서울숲IT캐슬 1층에 있는 ‘공공안심상가’의 문을 두드렸다. 공공안심상가는 성동구청이 주인인 전국 최초의 공공임대상가다. 임대료는 성수동의 평당 임대료(8만~9만원)의 60~70% 수준이다. 계약금·권리금도 없다. 계약은 5년 단위로 한다.

공씨책방은 지난 7일 이곳 입주가 확정됐다. 다음 달 문을 열 ‘성수동 공씨책방’은 11평(36㎡) 점포를 쓰면서 임대료로 한 달에 57만원을 낸다. 장씨는 “한 곳을 넓게 쓰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공공안심상가는 1층이고, 오랫동안 임대료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동구청의 공공안심상가는 공씨책방과 같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재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겪은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었다. 성동구청은 지난해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한양대 방향에 있는 서울숲IT캐슬 1층 점포 2곳을 매입했다. 이를 리모델링해 점포 4곳(7~14평)으로 늘린 후 임차인을 모집했다. 공공안심상가에는 공씨책방 이외에도 분식점 등도 입주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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