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돈벌이에만 급급한 암호화폐 거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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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선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선영 산업부 기자

하선영 산업부 기자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최근 일부 고객들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량이 많은 VIP 고객에게 자체 제작한 코인 모양의 초콜릿을 보내주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설 연휴와 밸런타인 데이를 맞이해서 진행하는 고객 감사 이벤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VIP 고객의 기준을 묻자 회사 관계자는 “영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초콜릿을 보내주겠다”는 전화를 받은 빗썸 고객인 중소기업 대표 김모씨는 “2주 전 이오스(암호화폐의 일종) 출금 때문에 고객센터에 전화할 때는 연결조차 안되더니 난데없는 선물 증정 이벤트라니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해킹·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홍역을 앓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보안 강화·고객 서비스보다는 손님 유치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폭증하는 암호화폐 거래량과 이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암호화폐 시장의 ‘큰 손’ 고객들을 붙잡는 게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 고객센터가 ‘24시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강조한다. 그러나 상담원과 전화 연결을 하려면 길게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늘어난 고객 민원을 처리할 만큼 직원들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빗썸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고객센터’는 들으나 마나 한 답변을 내놓기 일쑤다.

(카카오톡으로 질문)“암호화폐를 출금했는데 은행 문제로 일주일 뒤 입금된다는데 보상은 어떻게 해주나요.”

(카카오톡 답변)“그 부분은 저희도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미숙한 고객 정책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는 거래소에 대한 불만 글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쇄도한다.

거래소에 대한 불만 사례는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 도중 서버가 다운되거나 입출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다. 중소 규모의 신생 거래소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뻔한데도 거래소들은 서버 증설과 보안 강화 작업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유입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꾸준히 잡아두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서비스 신뢰도부터 높여야 한다. 단타성 이벤트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보다는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보안, 서비스 정책부터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