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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 ‘하나된 열정’으로 성공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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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오늘 오후 8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열전 17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여러 측면에서 역대 최대를 자랑한다.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참가국 수와 선수 규모 면에서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크다. 한국은 15개 전 종목에 144명, 북한은 5개 종목에 2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금메달 수도 역대 가장 많다. 4년 전 소치 겨울올림픽 때보다 4개가 늘어 설원을 누비는 설상 종목에 70개, 은반을 질주하는 빙상 종목에 3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92개국 2925명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 #17일간 열전으로 인류의 한계에 도전 #정정당당 최선 다하는 모든 선수가 승자

겨울올림픽은 흔히 ‘잘사는 국가들의 스포츠대회’란 이야기를 듣는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4인용 썰매 한 대가 2억원을 웃돈다. 이 때문에 메달 따기도 쉽지 않다.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가 여름올림픽의 경우 144개 국가라면 겨울올림픽은 40개국에 불과하다. 그만큼 겨울스포츠 확산은 어렵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게 된 것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강원도가 2004년부터 겨울스포츠 불모지 국가들의 꿈나무를 상대로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큰 힘이 됐다. 83개국 1919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쳤고 이 중 24개국 185명이 평창에 선수로 출전한다.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30년 만에 다시 치르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발도상국으로서 ‘화합과 전진’을 주제로 내세워 동서 양 진영으로 나뉘어 반목하던 냉전시대의 갈등을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엔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 슬로건이다. 겨울스포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세대를 연결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결실을 맺어 이번 대회에선 남북한이 올림픽 역사상 첫 단일팀을 구성해 함께 뛴다.

평창올림픽에 이르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도핑 스캔들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북한의 갑작스러운 참가로 적지 않은 굴곡이 있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북한에 가려 전 세계에서 온 스타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모든 이야기를 뒤로한 채 평창은 이제 선수들에 의한 진검승부의 시간을 맞았다.

스포츠에는 감동과 눈물이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다. 오로지 땀과 눈물로 지난 4년을 다져온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할 시점이다. 승자와 패자는 인위적인 가름에 불과할 뿐이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선수 모두가 승자다. 끝 모를 한계를 넘고자 하는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감동의 무대인 평창은 세계에 빛나는 가장 밝은 별이 돼 지구촌 전사들의 활약을 환하게 고루 비춰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인류의 화합을 다지는 스포츠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