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아베 회담 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북 제재 곧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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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림픽의 이미지를 체제 선전을 위해 강탈하는 걸 용인하지 않겠다. 북한이 도발 행위를 올림픽 기(旗) 밑에 숨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북한의 첫 핵 실험은 2006년 올림픽 뒤 불과 8개월 후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7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펜스, 평창행 앞서 일부러 아베 만나 전략회의 #“상냥하게 대해주면 더 심한 도발로 이어져 # 北, 2006년 올림픽 8개월 후에 첫 핵실험”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5시 15분 시작됐다. 한 시간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이 평창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과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펜스 부통령의 메시지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북한은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한국과 같은 깃발 아래에서 행진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2000년과 2004년 올림픽, 그리고 2006년 올림픽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지만, 북한은 그 뒤 곧바로 도발을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은 미국을 대표해 평창에 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하지만,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이고 잔혹한 나라'라고 모두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 의해 구속되고 훗날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동행한다. 우리는 결코 (웜비어를)잊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그는 특히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더이상은 북한에 속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은 북한에 '실패한 외교'만 해왔다","결과적으로 약속들은 다 깨졌고, 도발만 돌아왔다","1994년(제네바 합의)에도, 2005년(9·19합의)에도, 과거 수년간도 그랬다. 북한은 일본의 영공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30일 이내에 2번이나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상냥하게 대해 주면 더 심한 도발로 이어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가장 강력한 외교적이고 경제적인 압력을 북한에 가할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더한층 강력한 제재를 곧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어차피 9일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게 될 아베 총리를 펜스 부통령은 일부러 일본 도쿄에서 따로 만났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불붙고 있는 남북간 대화 무드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은 어쩌면 한국에 들어가기 전 '대북 압박 파트너'인 일본과 가진 작전 회의나 최종 리허설과 같은 분위기였다.
일본 정부가 미국 대통령이 아닌 2인자와 일본 총리 간 회담을 주선하고, 이후 공동 기자회견까지 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사람은 회담 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없는 한 의미 있는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서도 정리해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일본과 미국이 100% 함께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미소외교에 눈을 빼앗겨선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함께 호소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이 연계해 모든 방법을 통해 압력을 최대한 높여나갈 필요성에 의견이 일치했다”며 “미국과 일본이 확인한 방침을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확인하겠다”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북한에 속지 말라”는 메시지를 두 사람이 함께 문 대통령에게 전하기로 의기투합을 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기간에 보류된 미국과 한국 간 연합 군사훈련을 속히 재개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김여정의 방한 뉴스가 타전된 가운데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벼르는 미국과 일본 리더의 공동 기자회견 장면은 남북과 미·일의 엇갈림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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