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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쥐는 근접전…뜻밖의 이변속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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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26총선」전국 개표장 표정

<비디오카메라도 등장>
○…총선 개표장에 공항에서나 볼수있는 자동검색기가 등장해 눈길.
서울미아8동 성암여상 강당에 마련된 도봉을구 선관위개표장에서는 평민당 참관인 문재룡씨가 동전을 손에쥔채 검색기를 통과하려다 부자가 울리자 사복경찰관에 의해 호주머니수색을 당했는데 문씨는 『이는 지나친 인격모독이 아니냐』고 선관위측에 항의.
이에대해 선관위측은 『혹시 좋지못한 물건이 반입될 우려가 있어 경찰에 협조를 요구했다』 고 해명.
한편 각 정당및 무소속의 일반 관람인들은 참관인들처럼 개표장을 자유로 돌아다닐수 없자 망원경·비디오카메라및 각자 마련한 중간집계표를 나름대로 준비해 독자적인 집계및 개표감시에 만전을 기하기도.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개표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 다선의 원로의원들이 지역몰표에 쓰러지자 의외의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일부치역에서는 생소한 후보가 「거목」 을 넘어뜨리고 많은 표차로 압승하자 일희 일비. 「선명한」투표성향에 놀라면서도 지역감정의 골이 예상보다 깊은데 놀라는 모습들.

<13년 규제끝에 당선>
○…서울성북을에서 당선된 평민당 조윤형후보는 12대총선때와 달리 도봉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동생 조순형후보가 낙선하자 희비가 엇갈리기도.
형 조후보는 27일오전5시 성북을 서울사대부중개표장에 부인 김정권씨와 함께 나와 당선이 확실시되자 개표장을 돌며 개표종사자들에게 『수고했다』 고 당선인사를 했으나 정작 동생의 낙선소식을 듣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조후보가 13년의 정치규제, 12대 총선의 낙선으로 17년만에 한을 풀게되자 평민당원들과 조후보지지자들은 개표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

<무명민주후보에 굴복>
○…부산시15개 지역구의 개표는 민정당이 3∼5석을 차지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이 14개 지역구에서 초반부터 강세를 보여 민주당의 아성임을 다시 한번 입증.
특히 부산의 유일한 민정 안정지대로 자타가 공인하던 남구갑 유흥수후보가 무명의 복병 민주 허재홍후보에게 압도당하고 부산의 상징적인 대결장이 됐던 동구에서 허삼수후보와 노무현후보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민정당측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압승에 잔치집분위기>
○…평민당 광주·전남선거대책본부는 23개 지역구중 국회의원후보 자격을 상실한 한화갑씨의 신안이외지역을 완전 석권하자 잔치집 분위기.
또 대책본부를 지키던 30여명의 당원들은 광주·전남지역은 물론 전북지역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호남전역을 휩쓸자 일제히 환호.
대책본부장인 신기하후보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평민당 후보들의 승리를 확인하고는 27일 오전10시쯤 광주지구 후보들과 5·18희생자묘역을 참배하겠다며 휴식을 취하러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 여유를 보였다.
○…국민운동 전남본부는 13대총선에서 평민당후보들의 압승이 확실해지자 27일 오후3시 광주공원에서「13대 총선투쟁결산 한마당」 축제를 개최하기로결정.
이 축제는 평민당국회의원당선자들의 인사와 당선을 축하하는 풍물놀이·막걸리파티등으로 진행될 계획.

<기표란에 지문도 찍어>
○…전국의 각 개표장에서 간간이 나온 작품성(?) 무효표는 종사원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는데 기표란에 도장·붓뚜껑·지문등을 한꺼번에 찍은 「다짐형」 이 있는가 하면 모든 후보 기표란에 붓뚜껑으로 기표하고 볼펜으로 『다 먹어라』 라고 갈겨쓴 것도 있어 정치적 냉소주의를 간접적으로 반영.
○…공화당 김종필후보의 지지율이 예상대로 높은 가운데 개표작업이 계속된 충남부여군청앞 광장에는 공화당원과 주민등 1백20여명이 모여 선관위측의 개표중간 발표때마다 환호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며 열광.
또 공화당 열성당원들은 철야 개표작업중인 개표종사원들에게 인절미를 만들어다 주는등 즐거운 봉사활동까지 펴 이채.

<선거벽보등 철거작업>
○…평민당 전주을구선거사무소는 27일오전7시부터 대학생 자원봉사자 2백여명을 동원, 선거벽보등 각종유인물 철거에 나섰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 인사를 하며 난잡하게 나붙은 벽보를 철거.
○…민정당 이상재후보와 공화당 윤재기후보가 뜨거운 접전을 필친 충남공주지역에서는 개표직후부터 박빙의 우세를 보이던 윤후보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후보와의 차이를 벌리자 공주군청개표소앞에 모여있던30여명의 공화당원들은 『윤재기만세』 를 외치며 환호.
경찰은 이날 민정·공화양측 운동원들의 충돌을 우려, 특별경계를 폈으나 민정측 운동원들이 이후보의 패색이 짙어지자 개표소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충돌은 없었다.

<타당후보에 위로전문>
○…전남보성지구에서 당선한 평민당의 유준상의원은 27일 소감을 통해 『세번씩이나 부족한 이사람을 뽑아준 보성군민여러분에게 무한히 감사드린다』 며 『정치를 처음시작하는 기분으로 서민·근로대중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피력.
유후보는 이에앞서 27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되자 민정당 이용식후보에게 『선전분투한데대해 위로와 치하를 드리며 앞으로 지역발전에 초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를 바란다』 는 요지의 위로전문을 보내는등 깨끗한 매너를 과시.
○…목포시개표장인 시청앞도로에서 철야개표를 지켜보던 2천여명의 시민들은 평민당권노갑후보가 민정당최영철후보를 시종 압도적으로 앞서나가자 밤새도록 『목포의 찬가』 처럼 불리던 「목포의 눈물」 을 합창하는등 흥분.
또 목포시내 주점가등에서도 주객들이 TV를 보다 권후보를 비롯, 평민당후보들이 호남지방을 휩쓸자 환호와 박수를치며 『오랜만에 쟁취한 승리』 라며 계속 술을 주문.

<「현금봉투」가 패인>
○…경북안동시 개표장인 안동시청강당에서는 개표가 진행중이던 27일오전2시55분쯤 옥동제2투표함에서 총투표수 6백92표중 민정당권중동후보에게 무려 92·1%인 6백32표가 몰표로 쏟아져 관심이 집중.
이곳 유권자는 모두 나환자수용시설인 「성좌원」 수용인들로 밝혀졌는데 이곳의 몰표로 이때까지 민주당 오경의후보에게 1천2백표가량 뒤지고있던 권후보가 한때 5백50표가량으로 표차를 줄이기도 했으나 결국 역전시키는데는 역부족.
시청앞에서 개표결과를 경청하고있던 1백여명의 시민들은 현금봉투우송사건이 권후보의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경북예천선거구는 26일오후9시40분 야당측의 이의제기로 개표가 중단됐다가 이날밤12시부터 야당참관인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개표를 속개.
이날 개표중단사태는 공화당 황병호후보와 개표장참관인인 황후보의 부인, 민주당 반형식후보등이 선관위측에서 회수한 투표통지표를 넣은 봉투겉표지의 숫자가 정정된 것은 부정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개표가 중단됐다.
야당측관계자들은 문제의 투표통지표와 번호지를 대조, 투표장수를 정확히 확인하자고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는데 선관위측은 중단 2시간20분만에 개표를 강행.
○…안기부차장 출신의 민정당 김근수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경북상주시군선거구도 당초 예상이 크게 빗나간 지역의 하나.
12대때 민정당 전국구의원을 지낸 정휘동후보가 민정당 공천을 김후보에게 빼앗긴뒤 무소속으로 출마, 공천탈락을 선거에서의 승리로 설욕키위해 사력을 다했던만큼 두후보간의 정면대결을 예측불허의 백중세로 보던것이 당초의 전망이었으나 결과는 김후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나버린것.

<투표함 수송버스 사고>
○…26일 오후8시10분쯤 경기도여주군여주읍연나리331 앞길에서 투표함을 싣고 개표장으로 가던 동아스포츠소속 경기 5너2259호버스 (운전사 서정원)가 맞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오토바이에 타고있던 윤치영씨 (32·양평군용문면금곡리274의36)가 그자리에서 숨겼다.
사고를 낸 투표함회송버스는 이날 여주군가남면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 3개를 싣고 개표소인 여주국민학교로 가던 길이었다.
○…선거전날 민정·민주운동원간의 충돌사태를 빚는등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경남울산남구선거구에서는 심완구민주후보가 개표 2시간30분이 지난 26일밤 11시쯤부터 차수명민정후보를 앞서기 시작.
심후보는 지지도가 높은 중심가 야음3개동, 신정4개동을 남겨놓은채 열세로 예상됐던 선암동등 변두리에서 조금씩 앞서자 승리를 낙관.
심후보운동원들은 당선이 확정된 27일 오전7시40분 개표장인 시청마당에서 심후보를 헹가래치며 자축.
○…서울성동병구 개표는 27일 오전4시35분 전체투표함 40개중 38개의 개표를 마치고 투표록 정정시비로 점수가 보류된 2개투표함을 열지못한채 개표가 중단되었다가 오전7시45분쯤에야 개표를 재개.
선관위측은 『투표록 정정문제는 사법적인 절차에 따라야 하며 개표 절차와는 관계가 없다』 고 유권해석, 평민당측이 보관하고 있던 투표함 열쇠와 투표록·투표함을 건네받아 개표를 시작했다.
개표 중단소동은 26일오후7시10분쯤 중곡2동사무소직원 최찬범씨가 개표소에 도착한뒤 봉함된 투표록을 뜯고 기재내용을 정정, 투표록을 다시 봉함하려는것을 평민측이 발견, 봉인에 쓰인 도장이 선관위원의 도장과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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