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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중 외출하면 눈 먼다고?”…‘생리대 영웅’의 또 다른 도전

중앙일보

입력

“생리 중인 여성이 해가 진 뒤 외출하면 눈이 멀게 된다?”

[사진 악샤이 쿠마리 트위터]

[사진 악샤이 쿠마리 트위터]

인도에서는 생리에 대해 이런 잘못된 믿음이 농촌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인도 여성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빈곤층 여성들은 신문지나 넝마, 나뭇잎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가 9일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생리대를 만든 인도의 ‘생리대 영웅’ 아루나찰람무루가난탐(55)의 이야기를 다룬 발리우드 영화 『패드맨(Padman)』이다.

배우 출신 작가 트윙클카나가무루가난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 『락시미프라사드의 전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인도의 인기 배우 악샤이쿠마르가무루가난탐을 연기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출신의 평범한 용접공 무루가난탐은 1998년 아내가 생리대로 쓴 더러운 천 조각을 우연히 보고 충격에 빠진다. “내 차를 닦는 데도 쓰지 않을 천”이 아내의 생리대가 된 것은 역시 돈 때문이었다. 아내는 “생리대를 사면 우유를 살 돈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무루가난탐은 아내에게 생리대를 사주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가 생리대 가격이 원재료 값의 40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리대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생리를 부끄럽게 여겼던 인도 사람들이 직접 생리대를 차고 실험하는 그를 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아내와 어머니마저 그를 외면했었다.

결국 그는 일반 상업용 패드의 약 3분의 1 가격으로 생리대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 이 기계는 인도 전역 23개 주에 보급됐고, 현재 4000만명에 이르는 인도 여성들이 그가 만든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루가난탐은 2014년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고, 2016년에는 인도 최고 권위 시민상인 파드마슈리상을 받았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더와이어 등 현지 매체들은 “이 코미디 드라마의 목표 중 하나는 생리를 둘러싼 금기와 오명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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