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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영남 면담 추진…靑 북미 접촉 가능성은 "북미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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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원장(오른쪽).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원장(오른쪽).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방한하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을 별도로 만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 일행은 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에 머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면담과 관련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만날 것인지 현재 논의 중이라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헌법상 행정 수반인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라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김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이며 남북고위급 당국자 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 기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상임위원장의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됐고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만남은 북측과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남북 관계의 전례로 보면 문 대통령이 김 상임위원장과 일대일로 만나는 게 아니라 김 상임위원장과 함께 내려오는 단원 3명까지 포함하는 대표단을 만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김 상임위원장이 들고 올 ‘방남 보따리’가 향후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상임위원장은 구두로건 서신으로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김 상임위원장을 매개로 남북 정상 간 간접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만남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호기”라며 “대표단에 포함된 단원들도 남북 관계의 정책 결정권자들일 것으로 보여 문 대통령의 목소리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만남에는 의전상 난제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남을 ‘정상회담’을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명칭을 놓고) 남북 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안다”며 “어떻게 이름을 붙일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으로 명명하면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이 동격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돌아온 뒤 사망했던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돌아온 뒤 사망했던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AP=연합뉴스]

남북 정상 간에는 우회 대화가 오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북ㆍ미 2인자간 대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오히려 평창올림픽 참석을 ‘인권탄압국’ 북한을 압박하는 자리로 활용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뒤 사망했던 미국인 오토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를 펜스 부통령이 손님 자격으로 불러 함께 온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중 북한의 선전전에 맞서면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펜스 순방의 숨은 의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한에도 불구하고 현재 백악관과 문재인 정부 간의 신뢰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밝혔듯이 대북 압박과 제재 우선 기조는 여전하다”며 “북ㆍ미간 대화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이 만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 해도 당사자의 의지에 반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던 미국 정부의 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북한의 대외 수반을 만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펜스 부통령은 8일 문 대통령과의 만찬 등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채병건ㆍ위문희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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