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무명의 도시'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원도 강릉선수촌 국기광장에 형형색색의 참가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선수촌 국기광장에 형형색색의 참가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가장 고립되고 개발이 덜 됐으며 북한과 긴 국경선을 공유하는 강원도. 그곳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

평창 조명…"믿음 저버리지 않은 이들의 승리" #"터널 97개 건설, 14조원 투자"

 뉴욕타임스(NYT)가 묘사한 평창은 이렇다. NYT는 3일(현지시간) ‘잘 알려지지 않은 평창이 올림픽 명성을 얻기까지’란 제목의 기사에서 평창이 세계적인 도시들을 꺾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했다.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평창 집중 조명 기사.[사진 NYT 캡처]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평창 집중 조명 기사.[사진 NYT 캡처]

 NYT는 평창이 감자를 생산하고 소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진 산간벽지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불과 80 마일(약 128㎞) 떨어진 곳이지만 서울에서 평창으로 가려면 ‘양의 창자(a sheep’s intestines)’처럼 꼬인 산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보도했다.

 시골 마을이었던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을 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의 승리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평창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 2014년에는 러시아 소치에 자리를 내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삼수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성공 소식이 전해지던 당시 상황에 대해 NYT는 평창 주민의 입을 빌려 “동네 전체가 춤을 췄다”고 전했다.

 극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평창은 변화를 거듭했다. NYT는 “정부는 이 지역에 130억 달러(약 14조원)를 쏟아 부었다”며 “서울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KTX 노선을 깔고, 터널 97개, 다리 78개를 건설했다. 아이스링크와 스키 슬로프 같은 스포츠 시설도 지었다”고 보도했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터에 설치된 스키점프대. 현동 기자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터에 설치된 스키점프대. 현동 기자

 올림픽 특수 기대감에 부푼 분위기에도 주목했다. NYT는 “많은 사람이 평창의 미래는 관광 산업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믿고 있다”며 “겨울올림픽이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원도 지역경제의 대부분은 해안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에 의한 서비스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내륙지방 평창은 그 덕을 못봤고, 올림픽 유치로 향후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이란 설명이다.

 매체는 한반도 내 긴장감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NYT는 아이스하키와 스피드 스케이팅이 열릴 예정인 강릉에 대해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빙상 경기가 펼쳐질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조명이 켜져 있다. 우상조 기자

빙상 경기가 펼쳐질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조명이 켜져 있다. 우상조 기자

 다만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그런 우려를 떨쳤다(shrugs off such concerns)’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우리 도민은 북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전쟁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NYT는 밝혔다. 또 최 지사가 올림픽을 개최하면 강원도가 위험한 지역이라는 오명을 떨쳐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덧붙였다.

 NYT가 보는 평창은 “한국의 그 어떤 곳보다 통일에 대한 꿈을 강하게 꾸는 곳”이다. NYT는 “이 지역의 많은 노년층은 북한에서 온 피난민”이라며 “통일되면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면서 국경 근처에 정착했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