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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여성 검사·수사관 전수조사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가인권위원회가 2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검찰 내 성희롱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사건과 함께 검찰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의결했다. 전날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로부터 ‘2010년 성추행 사건과 이후 서 검사가 받은 2차 피해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서 검사 측 진정 … 직권조사 의결 #의원·경찰·기업 등 미투 고발 잇따라

인권위가 검찰 전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권조사 단장을 맡은 조형석 인권위 차별조사과장은 “서 검사 사건과 그동안 인지된 다수의 성희롱 사건들, 여성 검사·수사관 등 검찰 전체 여성 직원에 대한 전수 조사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제수사권이 없어 쉽진 않겠지만 만천하에 드러난 검찰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 시스템의 허점 등을 조사해 정책적으로 권고해 나갈 부분들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검찰 조직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곪아 있던 상처들을 도려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도 미투(Mee too) 운동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했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성폭력) 가해자가 취업하려 했던 로펌 대표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향후 취업 시장에서의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저항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들이) 왜 긴 시간 동안 말할 수 없었고 이제 와서 용기를 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가 1일 ‘미투 게시판’을 신설한 이후 국내 여성 직장인들의 경험담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2일에는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자사 여성 승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고발이 줄을 이었다. 한 직원은 “교육원에서 박 회장이 본사로 오면 온몸으로 달려나가 팔짱을 끼고 ‘보고 싶었다’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라 지시한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서 검사는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비켜가는 얘기들로 또 다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조직 내에서의 2차 가해는 서 검사도 예상했던 일이라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업무 능력, 근무 태도 등 근거 없는 소문의 확산은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서 검사처럼 문제 제기를 한 사실관계에 대해 판단도 받기 전에 뼈만 남고 살이 다 도려지는 것과 같은 상처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서 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공론화한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간부들의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가 있었는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 진상 조사가 명명백백하게 진행돼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지 않아도 될 분위기가 검찰뿐 아니라 여러 기관과 기업에까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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