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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으로] 전 세계 상장된 ‘잡코인’ 1500개 … 하룻밤 새 100% 널뛰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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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못지 않은 암호화폐 ‘알트코인’의 세계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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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사상 최대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해킹 사건이 터졌다. 일본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에서 약 580억엔(약 57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털렸다. 지난 2014년 발생해 비트코인 시장을 2년 동안 침체에 빠르렸던 마운트곡스(Mt. Gox) 해킹 규모(약 470억엔)를 뛰어넘는다. 그런데 이날 코인체크에서 해킹 당해 무단으로 인출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아니다.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 단위 XEM)다. 1일 현재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시가총액 약 71억 달러의 10위권 암호화폐다.

기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 #스마트폰에 비유하면 앱에 해당 #정식 명칭은 코인 아닌 ‘토큰’ #특정 거래소 집중이 문제 #중국산 네오·가스·레드펄스 인기 #한국 토종 아이콘은 홍콩서 거래 #값 싸서 묻지마 투자자들 몰려 #한 개 가격 대부분 1000원 이하 #대박 꿈꾸다 한 순간에 낭패 볼 수도

#지난달 24일 밤 11시,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일제히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 시각, 처음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등급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와이스 레이팅스라는 생소한 신용평가회사가 내놓은 평가였지만 처음이라 관심이 쏠렸다. A등급은 없었고, 이더리움이 B등급을, 비트코인은 C+ 등급을 받았다. 등급 발표와 동시에 한 암호화폐가 가격이 20% 이상 급등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두 번째 등급인 B-를 받은 스팀(STEEM)이었다. 1일 현재 시가총액 약 13억 달러의 25위권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트코인조차 생소해 하던 이들도 이더리움·리플, 그리고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비트코인캐시 등까지 알게 됐다. 이에 더해 최근엔 NEM·스팀 등과 같은 생소한 이름이 쏟아진다. 그럴 것이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전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만 1일 현재 1508개에 이른다.

‘알트코인’의 세계

‘알트코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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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코인, 앱은 토큰=전통적인 암호화폐 구분법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이다. 알트코인은 ‘Alternative’와 ‘Coin’의 합성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암호화폐를 말한다. 과거 워낙 비트코인 비중이 크다 보니 이런 분류법이 나왔다. 그러니 최근 알트코인 시세가 약진하면서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알트코인 전성시대였다. 이름도 못 들어본, 개당 가격이 1000원이 안 되는 이른바 ‘동전 코인’들이 강세였다. 단숨에 100% 이상 급등했다. 가격 그래프는 마치 주식시장의 작전주를 닮았다. 증시에서 이름 없는 비우량주(잡주)가 이유 없이 오르는 걸 빗대, 이들 암호화폐에는 ‘잡코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코인과 토큰으로 구분한다. 자체 블록체인(분산 원장)을 갖춘 암호화폐는 코인이다. 대부분 들어봄 직한 암호화폐는 코인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비트코인캐시 등 4대 암호화폐는 모두 코인이다.

토큰은 기존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다. 기존 블록체인이 스마트폰이라면 그 위에서 서비스되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쓰는 암호화폐가 토큰이다. 현재 시총 상위 토큰 대부분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혹은 향후 자체 블록체인으로 독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장은 기존 블록체인에 의존해서 서비스하는 경우에도 토큰으로 분류된다. ‘코딩 천재’라 불리는 댄 라이머가 만든 이오스나 종합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을 꿈꾸는 트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정 거래소 비중이 90% 육박하기도=4대 암호화폐에 이어 시총이 큰 코인은 카르다노(ADA)다.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개선한 이더리움이 2세대 코인이라면, 카르다노는 이더리움의 문제점(결제 처리 속도, 양자컴퓨터에 의한 해킹 우려 등)을 해결한 3세대 코인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31억 달러다. 단순 가격이 1000원이 안 되기 때문에(1일 현재 약 550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카르다노 코인 하나의 거래량만 1조원을 웃도는 날이 이어졌다.

스텔라(XLM)는 개인 간 송금에 적합한 코인이다. 리플 개발자이자 세계 최초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를 만든 제드 매케일럽이 만들었다. 네오(NEO)는 중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린다. 현재 네오를 기반으로 한 토큰들은 가스(시총 5억5300만 달러)·딥브레인체인(약 1억1300만 달러)·레드펄스(1억1200만 달러) 등이 있다.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동생’으로도 통한다. 결제 승인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가 비싼 것 등의 비트코인의 한계를 해결하려는 암호화폐다. 최근 창시자인 찰리 리가 자신이 보유한 라이트코인 전체를 시장에 처분해 물의를 빚었다.

IOTA는 정확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가 아니다. ‘탱글’이라는 기술을 써, 결제 수수료가 0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사물인터넷(IoT)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토큰 가운데 시총 4위에 해당하는 아이콘은 국내에서 개발한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을 자회사로 둔 데일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더루프에서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모집, 이른바 ICO(Initial Coin Offering)을 진행했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 박사가 고문으로 참여해 유명세를 탔다. 당초 시총이 100위권 밖이었지만 메이저 거래소인 홍콩의 바이낸스에 상장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바이낸스 거래량이 90%에 육박한다.

토큰이나, 코인이라도 가격이 1000원에 못 미치는 경우엔 특정 거래소의 거래량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거래가 집중되다 보니 작전 세력에 노출될 수 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이사는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정책이 아니라 투자 위험이 크고 작전 세력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잡코인의 국내 거래소 상장 요건을 강화하는 식으로 규제하는 게 투자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에 빠지면서 도박성 투자의 극단인 ICO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업체의 ICO는 금지됐지만,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진행하는 ICO에는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ICO는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인데다 암호화폐를 가장한 글로벌 사기가 판치는 곳”이라며 “그런데도 몇백 배 수익의 환상을 꿈꾸며 잡코인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 BOX] 리플 900에 물린 사람을 기억해 … 못 믿을 ‘상장 버프’

리플을 900

리플을 900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현재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는 185개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인 업비트와 빗썸은 하루 거래량 기준으로 톱5 거래소에 속한다. 이밖에 중국계 거래소인 OKEx와 후오비, 홍콩 거래소인 바이낸스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암호화폐가 이들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하면 가격이 뛰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른바 ‘상장 버프(buff)’다. 버프는 온라인 게임 등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올려주는 모든 효과를 말한다.

지난해에는 빗썸에서 상장 버프가 심했다. 빗썸에 상장만 하면 대체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6월 초, 3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리플은 투자가 몰리면서 금세 899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다 다시 300원대로 주저앉아 반 년간 그 가격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이 힘들 때는, 리플을 900에 물린 사람도 있다는 걸 기억해!’라는 인터넷 ‘짤’까지 나왔다. 익명성 화폐 모네로는 빗썸 상장 직전 내부 문건을 사칭하는 문서가 커뮤니티에 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상장이 큰 호재다.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비트코인캐시 상장 소식에 200만원 선이던 가격이 하루 새 561만원까지 급등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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