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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쁨조가 아니다”…박삼구 회장 월례행사에 승무원들도 ‘미투’

중앙일보

입력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국내에 불붙은 ‘미투’(#MeToo)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승무원 격려 행사도 도마에 올랐다.

2009년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최승식 기자

2009년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최승식 기자

2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 등을 격려한다. 승무원들은 본사 1층 로비에서 대기하다가 박 회장이 들어서면 손뼉을 치며 맞이한다.

박 회장은 승무원들에게 애로사항을 묻고 덕담을 건넨다. 승무원들과 악수나 포옹을 하는 등 스킨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여성 승무원 위주로 ‘연출’되는 이 행사가 부적절하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의 ‘미투’ 게시판에 올라온 ‘박 회장의 여승무원 성희롱에 대한 고용노동부 민원제기 운동을 시작한다’는 제목의 글은 이 조회 수 1만 건이 넘고, 300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캡처]

댓글 역시 대부분 박 회장의 반말이나 스킨십 등이 적절치 않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예쁜 승무원들 쇼업(show-up: 출근) 시간 바꾸고 앞에 세워놓고 선물 만들어서 드리는 게 어떠냐, 먼저 달려가서 안아드려라, 이렇게 하는 게 진짜 말이 되나”, “꼭 행동으로 보여줘 더는 우리가 기쁨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등이다.

이 게시판에는 “아시아나 성희롱 한 번씩만 검색해달라”는 제안도 올라왔다. “그분이 좋아하는 걸 안 해드리면 임원, 팀장들 찍혀서 아랫사람들 엄청 협박하듯 시킨다”면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평일 이른 아침 공개된 장소인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을 만나 악수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하는 행사가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블라인드에 적힌 내용은 악의적인 글”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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