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낙마 군사옵션 이견 때문 아니다..미국 사회 훨씬 복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백악관이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에 대한 주한 대사 내정을 철회한 게 대북 군사행동을 둘러싼 정책적 이견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2일 한ㆍ미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차 석좌는 대북정책, 특히 군사옵션과 관련한 (백악관과의) 정책적 의견 충돌 때문에 낙마한 게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른 요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며 “미국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밝혔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중앙포토]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중앙포토]

 이 소식통은 또 미국 정부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조속히 주한 대사를 보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실행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이) 외교적·평화적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나온 차 석좌의 낙마를 놓고 그가 '코피 전략'(북한에 대한 제한적 군사 공격) 등 강경한 대북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지난 1일 “다 추측성 내용이 주류”라며 “분명한 것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ㆍ미 양국 정부 간에 이견은 없고, 긴밀히 조율 및 공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또 “미측은 한국 측과의 적절한 협의 이전에 관련 상황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외교 채널로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한 미 대사가 공석인 상태로 1년을 넘긴 데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백악관이 대사 내정자를 낙마시킨 것을 두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에 먼저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 아니라 사후 양해를 구했다는 점에서도 '한국 무시'라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미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언론들은 그(차 석좌)가 차기 주한미국 대사가 되는 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기자들이 앞서 나간 것이다. 그는 지명되지 않았다. (대사임명은) 백악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