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정환 통영지청장 “서지현 검사 성추행 지난해 10월 상부에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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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환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장. [인터넷 캡쳐]

노정환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장. [인터넷 캡쳐]

“지난해 8월 부임하자마자 서지현 검사가 찾아와 지난 8년 전 겪은 성추행 사건으로 힘들다고 토로해왔다. 수차례 상담을 해와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지난 상태였다. 징계시효도 지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서 검사 역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부임하자마자 서 검사 수차례 고통 토로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 없어 서 검사 진상규명을 요구하진 않아 #“갑자기 언론에 폭로한 이유 알 수 없어…곤혹스럽다” #

노정환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지청장은 “서 검사가 자주 고통을 토로했기 때문에 이런 사안이라면 상부에 보고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어 상부에 알렸다”고 말했다. 상부에 보고한 시기는 지난해 10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시기와 겹친다.

하지만 서 검사가 법리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게 노 지청장의 주장이다. 그는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2010년에는 성추행은 친고죄였기 때문에 민·형사상 소송할 수 있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며 “서 검사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아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태도를 바꿔 지난달 29일 언론에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해 노 지청장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서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2010년에는 성범죄가 친고죄에 해당해발생 시점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친고죄는 폐지됐지만, 이 사건의 경우 친고죄가 적용된다. 민사 소송도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 검사가 더 괴로워했다는 게 노 지청장의 전언이다.

서지현. [연합뉴스]

서지현. [연합뉴스]

서 검사는 지난해 8월 부임해 온 부장검사에게도 8년 전 일에 대해 고충을 토로해왔다. 지난 1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서 만난 한 부장검사는 “부임하고 몇 달 정도 지났을 때 서 검사가 내 방으로 찾아와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며 “8년 전 성추행 이후 트라우마 때문에 건강이 안 좋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심리적으로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문제를 언론을 통해 폭로하기 전 검찰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 검사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JTBC에 출연해 “서 검사가 추석이 지난해 10월 박 장관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박 장관이 지정한 법무부 관료를 만나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이후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검사는 2015년 8월부터 통영지청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서 검사가 언론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지난 8년 전 이런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통영지청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 역시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는 “지난달 29일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방송을 보고 알았다”며 “다들 깜짝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출퇴근 길에 눈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다는 이씨는 “성추행 사건이 통영지청이 아닌 8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 이곳에서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지방검찰청으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지방검찰청으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언론 보도 이후 통영지청에서 검사를 응원하는 꽃다발이 7개 배달왔다고 한다. 6개는 배달해 온 꽃집으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1개는 통영지청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꽃집 배달원이 두고 가 꽃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통영지청 총무계 관계자는 “꽃다발 1개는 서 검사의 관사에 두고 왔다”며 “지난달 29일부터 서 검사가 병가를 내서 관사에는 없다”고 말했다. 꽃다발을 돌려보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일에는 통영지청으로 배달된 꽃다발은 하나도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서 검사가 이번 일로 조직 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통영지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안모(55) 씨는“우리 음식점에도 가끔 왔었는데 다시 못 볼까 봐 걱정”이라며 “검사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을 텐데 그런 것을 다 걸고 말할 정도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잘 해결돼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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