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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日고노, 이번엔 '아베 저격수' 화춘잉과 셀카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는 행동으로 유명한 '일본의 괴짜 외상' 고노 다로(河野太郎)가 이번엔 트위터 외교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1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중국을 방문했던 고노 외상은 "유명한 중국의 여성"이란 설명을 붙여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 여성은 바로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이었다.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아베 저격수'화춘잉과 찍은 사진 트위터에 공개 #"센카쿠 열도 싸움한 뒤 표정 바로 바꿔"비판도 #'아버지 고노는 나와 다른 사람'강조하는 스타일 #외상이면서 日에너지 정책엔 "한심스러워"공격 #'오버 아니냐' 수군거림속 전세계 누비며 외교 #아베 측근 스가 "아베 다음은 고노의 시대"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상이 지난달 27일~28일 중국 방문 기간중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사진=고노 외상 트위터 캡쳐]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상이 지난달 27일~28일 중국 방문 기간중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사진=고노 외상 트위터 캡쳐]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유명세를 탄 화 대변인은 사실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공격하는 데 선봉에 서왔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아베 총리가 하와이의 진주만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잘 짜여진 빈틈없는 퍼포먼스를 몇 번이나 하는 것 보다 단 한번 성실하고 깊은 반성을 하는 편이 의미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지만 야무진 표정과 매서운 어조가 그의 특징이다. 이런 화 대변인과 함께 셀카를 찍은 고노 외상에 대해 싱가포르 언론은 "고노 외상이 트위터 외교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고노 외상의 트위터에 붙은 댓글 중엔 "멋지다","이 사람(화춘잉)도 이런 (웃는)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라는 긍정적 내용이 있는가 하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난 뒤 곧바로 표정을 완전히 바꿔 사진을 찍었다. 좀 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비판적인 내용도 있다.

고노 다로는 정계에서 줄곧 ‘이단아’적인 인물이었다. 고노 외상의 아버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는 관방장관 시절이던 1993년 8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처음 인정했던 ‘고노 담화’를 발표한 장본인. 하지만 고노 외상은 "아버지는 아버지,나는 나"라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11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도 그는 고노 담화에 대해 “그건 내가 아닌 다른 고노가 낸 것”이라고 했고 “고노 담화에 대한 평가는 본인한테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노 다로 외상의 아버지인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중앙포토]

고노 다로 외상의 아버지인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중앙포토]

외상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중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IRENE)총회에선 일본의 에너지 정책을 독하게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도입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심한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본의 실패는 세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하고 그때 그때 땜질식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 외교를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9일 외무성 직원들이 모인 신년인사회에서 했던 말도 화제를 낳았다. 그는 과거 행정개혁담당상 시절 자신이 주도했던 재외공관 인원 감축에 대해 “현지에 가서 보니 확실히 내가 잘못했더라. 실패였다는 걸 실감했다”고 솔직히 반성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통절하게 느꼈다”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력으로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해외 방문 외교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이후 5개월여 만에 20개국 이상을 방문했다. 지난달엔 이슬람계 주민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가 문제가 된 미얀마 서부의 라카인 지역을 주요국 외상으론 처음으로 방문했다.

또 지난해 12월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지른 ‘예루살렘 수도인정’ 논란의 중재자 역할까지 자임했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속에서도 그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 유학시절 쌓은 중동 리더들과의 인맥이 두텁다”고 그를 평가했고, 그는 급기야 “외상이나 다른 각료들이 쓸 수 있는 전용기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폈다.

 지난달 28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회담을 열기 전에 알수를 나누고 있다. [교도 베이징=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회담을 열기 전에 알수를 나누고 있다. [교도 베이징=연합뉴스]

‘포스트 아베’후보들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고노 외상이지만, 올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할 지를 물으면 “귀신도 웃겠다”라는 답변이 기자들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이 사석에선 “아베 총리가 3선을 하고 도쿄 올림픽까지 마치면 다음은 고노의 시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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