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바람 「서울공수」작전 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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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정·혼란결정 시금석>
○…노태우 대통령은 19일 오후 경북도청 강당에서 대구 및 경북지역 각계 대표들과 다과를 함께 하며 지금까지의 여타 시·도 순시 때와는 달리 이번 총선에 관해 여러 각도로 의미 있게 언급.
노 대통령은 먼저 선거폭력과 관련,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응징하고자 하는 것이 본인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의 의지』라고 언성을 높인 후 『이번 선거는 안정이냐, 혼란이냐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라고 민정당의 「안정 논」을 되풀이 강조.
노 대통령은 안정의석 확보의 필요성을 설명한 후 『지금까지 지방을 다녀보니 절대 다수의석은 커녕 과반수 의석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실정이더라』며 『여당이 다수의석을 얻는다해도 앞으로는 횡포나 독주는 절대로 못하게 돼있다』며 최근 야권의 공격을 겨냥해 반격.
노 대통령은 이날 이 지역이 자신의 고향이어서 인지 상당히 느긋한 표정으로 다과회 분위기를 이끌었는데 서두에 『여러분의 노태우가 약속대로 대통령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고 인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대구=전육기자>

<황색바람 커녕 황사만>
○…민정당의 채문식 대표위원은 2O일 『우리 당이 수집한 자료나 언론계가 분석한 것으로 봐도 우리 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엄살(?)을 전제로 기자회견.
채 대표위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일단 선장을 임명했으면 선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선원들을 구성해주어야 한다』며 『선장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선원을 채워서야 선상 반란밖에 기대할 것이 더 있느냐』고 반문.
채 대표위원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치 못했을 때는「8가지 파란」이 일어나고, 확보했을 때는 「8가지 결실」이 기대된다며 그 내용을 일일이 낭독. 8가지 파란에는 행정부가 국회의 인질이 되어 실행 불가능한 예산이 통과되며, 국정 감사권의 과잉발동 등과 함께 올림픽행사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는다는 것 등이며, 8가지 결실에는 「민주주의 꽃이 핀다」 「건전 야당이 새로 태어난다」 「서해안 시대가 펼쳐진다」는 등의 청사진을 수록.
한편 채 대표위원은 『야당에서 불법옥외 집회를 계속하는데 대해 공권력을 발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쪽이 말썽을 일으켜 공권력이 나오길 기대하는 속셈을 다 알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넘기고 『야당이 말썽을 빚어 황색바람을 일으킨다고 하나 황사현상만 일어나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있다』고 비난.

<건실한 견제세력 필요>
○…민주당의 김영삼 전 총재는 2O일 아침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참다운 안정은 건실한 견제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므로 국민들은 정통성 있는,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민주당에 표를 몰아달라』고 야당 식 「안정 논」을 전개하면서 민주당지지를 호소.
김 전 총재는 『정보기관의 공작정치가 이 땅의 정치풍토에 끼친 해악은 그 어떤 재앙보다도 큰 폐해를 낳았으며 이들의 악행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노태우 대통령은 정보기관에 의한 정치사찰 및 공작을 중지시키겠다는 의지를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힐난.
이날 아침 김 전 총재는 대구·경북지역의 권오태·김현규·목요상·반형식의원 등 민주당후보자 13명과 종반전략을 협의한 후 대전 및 청주 단합대회 지원유세를 마치고 다시 이날 오후 늦게 대구로 돌아와 당원 단합대회에 참석한데 이어 경산·영천·경주·포항단합대회를 밤늦게까지 지원하는 등 강행군. <대구=이수근기자>

<서울후보들 대회 추진>
○…부산·경남에서 어느 정도 「민주당바람」을 조성했다고 보고있는 민주당은 이 바람을 서울로 「공수」시키기 위해 오는 22,23 일께 서울에서 전 후보가 참석하는 단합대회를 개최할 예정.
이 대회는 그동안 노태우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에 한다는 원칙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어졌었는데 노 대통령의 회견이 확정됨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이날 대회에는 김영삼 전 총재도 참석, 모종의 카드를 던진다는 얘기.

<후계자 나오면 퇴진>
○…19일에 이어 2O일에도 전남·북 지역 8곳을 순방한 김대중 전 평민당총재는 자신이 두 번씩이나 호남지역을 지원 유세하고 있는 이유가 지자제전면 실시에 대비키 위한 것임을 암시.
김 전 총재는 고흥 (위원장 박상천) 집회에서 『부정선거에 의한 일당지배, 부정선거로 빼앗긴 대통령선거의 한을 풀고 호남인의 전폭적 지지를 호소키 위해 불과 1주일 사이 다시 전라도 땅을 밟게 됐다』며 『민정당이 지자제 실시를 회피하는 것은 부정선거와 매관매직, 행정예산 집행과정에서의 부정 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
김 전 총재는 또 『이번 총선은 나의 정치적 장래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앞에 서서 싸울 후계자가 나올 때는 뒤로 물러나 그를 돕겠다』고 다짐.
이에 앞서 김 전 총재는 19일 밤 장흥유세에서 『여러분의 은혜에 백골난망』이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억울하게 패배한 한을 풀자』 『열 번 넘어지면 열 한번 일어나고 백 번 넘어지면 백 한번 일어나는 위대한 전라도민, 위대한 민주국민임을 보여주자』고 역설. <고흥=고도원기자>

<정치철학·이념 강조>
○…충청 지역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19일 충남 대천·조치원 등지에서의 당원 단합대회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뚜렷한 국기 관과 정치적 경륜, 인간성이 갖추어져야 한다』며 『남의 말꼬리나 잡아서 원색적으로 욕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
김 총재는 이어 『대통령을 차지한 민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갖게되면 그들의 발상과 관행대로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인 독주를 하게될 것』이라며 『이 같은 과욕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확고한 정당정치를 뿌리내리기라도 위해서 우리 당과 같이 이념이 뚜렷하고 철학을 지닌 정당을 선택해야한다』고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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