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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찍힌 카탈루냐 전 수반의 속내 "끝났다. 정부가 승리"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주도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사실상 백기를 드는 내용의 메신저 문자를 측근에게 보낸 것이 공개됐다.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 중인 푸지데몬은 카탈루냐 자치의회 수반으로 재선출되기를 희망했으나, 스페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리ㆍ독립 시도가 무산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벨기에 도피 중인 푸지데몬 카탈루냐 전 수반 #측근 전직 장관에 메시전 문자보냈다 방송에 노출 #동력 상실한 분리·독립파 사실상 무산 자인한 셈 #헌재는 수반 재선출 막고, 정부는 귀국시 체포 방침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지데몬 전 수반은 전날 메신저 앱을 통해 벨기에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있던 토니 코민 전 카탈루냐 보건장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당신도 이제는 그것이(카탈루냐 분리ㆍ독립 시도가) 끝났음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우리 사람들이 우리를, 적어도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는 독립파인 카탈루냐 주의회 조안타르다 의원이 다른 후보가 수반으로 출마할 수 있도록 푸지데몬에게 비켜달라고 최근 요청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푸지데몬은 “당신은 장관이 되겠지만, 나는 이미 타르다가 말한 것처럼 희생물이 됐다"고 적었다.

 푸제데몬은 또 "(스페인 정부의) 계획이 승리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수감돼 있는 카탈루냐 지도자 네명이 풀려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함께 밝혔다.
푸지데몬은 이 문자를 보낼 무렵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독립찬성파가 다수당이 됨에 따라 카탈루냐로 돌아가 다시 수반이 되고 싶다며 단결을 요청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스페인 검찰의 반역죄 기소를 피해 벨기에로 피신했다. [EPA]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스페인 검찰의 반역죄 기소를 피해 벨기에로 피신했다. [EPA]

 하지만 측근과 나눈 사적 메시지가 행사장에서 코민 장관 뒤에 있던 스페인 TV 채널 텔레싱코의 카메라에 포착돼 전파를 탔다. 푸지데몬은 트위터를 통해 그런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도 인간이다. 나 스스로 의심을 할 때가 있다. 또한 나는 수반이다. 시민과 땅에 대한 존경과 감사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한다"고 해명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전날 차기 수반으로 푸지데몬을 재선출하려 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막혀 무기한 연기했다. 헌법재판소는 벨기에로 도피 중인 푸지데몬이 스페인으로 돌아와 의회에 참석해야 하고, 참석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아야 수반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스페인 정부도 외국에 있는 그를 수반으로 선출할 경우 자치권 박탈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압박했다. 스페인 검찰은 푸지데몬 등 자치정부 지도부에 반역죄를 적용해 수사를 벌였고, 푸지데몬이 귀국하는 즉시 체포한다는 방침이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연합뉴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연합뉴스]

 스페인 잔류파를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긴 했지만 분리ㆍ독립파 내부에서는 자포자기 심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푸지데몬의 속마음이 우연히 공개되면서 카탈루냐 독립의 동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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