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호’ 행정처 출범…김명수 체제 돌격대장 되나

중앙일보

입력

안철상(61ㆍ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이 1일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대법관에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법원행정처장이라는 중임을 맡게 된 그는 '판사 뒷조사 문건' 발견으로 사상 초유의 혼란에 빠진 사법부를 신속하게 정상화해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됐다.

안철상 “사법행정이 위기 진앙” #재판 업무만 한 정통 법관 출신 #최근 들어 강성 발언 쏟아내기도 #

대법원청사 16층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안 대법관은 "사법행정이 그동안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진앙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법행정은 제자리를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행정의 본분이 재판을 지원하는 데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그러나 그간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풍토 속에서 사법행정이 그 본분을 망각하거나 소홀히 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의 쇄신도 예고했다. 안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서 투명하고 정직한 사법행정을 기조로 해 그동안의 잘잘못을 가려내어 고칠 것은 고치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며 "법원행정처의 조직, 임무, 의사결정 구조, 정보공개 상황 등 여러 제도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기획조정실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내 주요 업무는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의관 수를 줄이고, 대법원장의 국제업무를 보좌하는 국제심의관 등의 자리를 일반직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후속방안을 제시할 기구를 구성하는 작업도 그의 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 [연합뉴스]

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 [연합뉴스]

안 대법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사법부 내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그는 손꼽히는 정통 법관이다. 1986년 진주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30여년간 각급 법원에서 민사ㆍ형사ㆍ행정 등 각종 재판업무를 두루 담당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도 근무해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다. 선후배들로부터 ‘선비형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 내에선 “안 대법관이 신임 행정처장이 되면 내홍을 적절한 선에서 수습하고 쇄신책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 대법관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법원행정처 PC 강제 문제 등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연합뉴스]

반면 최근 들어 ‘돌격대장형’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대법관과 가까운 한 판사는 “사법부 내 많은 것들이 바꿔어야 한다는 게 최근 그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법원 관계자는 “안 대법관은 지난해 전국법원장간담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판사 뒷조사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엄단 조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법부 안팎에선 안 대법관이 '김명수 체제'의 혁신 돌격대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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