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0대 1 액면 분할, 주가 급등했다 도로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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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분할 결정’.
31일 오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확정치 발표를 기다리던 투자자를 놀라게 한 공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깜짝’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한 주당 액면 5000원의 주식을 100원으로 액면 분할한다는 내용의 공시다.

31일 삼성전자 50대 1 액면 분할 깜짝 공시 #장중 260만원대로 주가 급등했지만 #반도체 업황 뒷받침 안되면 소용 없다 전망에 #0.2% 상승에 그친 240만원대 마감

삼성전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액면 분할을 결정했다. 주당 가격이 200만원대를 넘어가며 액면 분할에 대한 주주들 요구가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날 액면 분할 계획을 갑작스레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31일 50대 1 액면 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연합뉴스]

공시에 따르면 1억2838만6494주인 보통주 수량은 액면 분할 후 64억1932만4700주로 50배 증가한다. 삼성전자 주식 1주가 50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액면 분할 이유로 “유통 주식 수 확대”를 들었다. 대신 주당 가격은 내려간다. 현재 260만원대인 삼성전자 주식 가격이 주당 5만원대로 내려가게 된다. 한 주 사는데 들어가는 돈이 50분의 1로 줄어든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1주당 주가는 250만원을 상회하면서 일반 주주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며 “액면 분할 후 낮아지는 1주당 주가는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가 등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주춤했다. 반도체 시황이 올해 하반기, 내년을 기점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액면 분할 계획을 ‘깜짝’ 공시했다. 삼성전자 액면 분할에 대한 전망과 주주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10대 1 분할 비율을 예상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50대 1의 분할 비율은 전격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최근 3년간 아모레퍼시픽과 크라운해태홀딩스, 애경유화, 경방, NS쇼핑, 미원홀딩스, 오리온홀딩스, 롯데지주 등이 액면 분할을 단행했다. 대부분이 액면가 5000원 주식 하나를 500원 주식 10개로 쪼개는 10대 1 액면 분할이었다. 롯데지주(액면 500→200원)만 분할 비율이 5대 2로 낮은 편이었다. 삼성전자의 액면 분할 수준은 50대 1로 최근 추세(10대 1)를 뛰어넘는다. 도현우 연구원은 “주식 분할 결정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는 여전히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시한 건 액면 분할 ‘계획’이다. 액면 분할을 실행하려면 주주총회부터 열어야 한다. 두 달 뒤인 3월 23일 액면 분할 확정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구주권 제출(3월 26일부터 한 달간), 액면 분할을 위한 매매 거래 정지(4월 25일) 등을 거친다. 50분의 1로 나눠진 삼성전자 신주권 상장은 5월 16일 이뤄진다.

31일 액면 분할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260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상승세가 꺾이며 240만대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실제 액면 분할까지는 석 달여가 남았지만 주식시장은 발 빠르게 반응했다. 이날 공시는 증시가 열린 오전 9시 직후 장중에 이뤄졌다. 공시가 나자마자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그동안의 횡보 장세를 씻고 장중 한때 270만원대까지 뛰어올랐다. 하루 전인 30일만 해도 삼성전자는 240만원대에 거래됐었다.

주당 가격이 비싼 대형주의 액면 분할은 보통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액면 분할을 하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는 대신 주당 투자 금액도 낮아진다.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신규 투자를 유입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에 대한 기대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흐름은 다시 바뀌었다. 이날 장 마감 직전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하루 전보다 단 5000원(0.2%) 오른 249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60만원대를 돌파했던 것도 잠시, 도로 240만원대로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업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액면 분할이 진행되더라도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르면서다. 실제 ‘액면 분할→주가 상승’ 공식은 모든 종목에 통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액면 분할은 ‘단기 호재’ 역할만 한다. 실적과 업황 개선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2015년 액면 분할을 단행한 아모레퍼시픽는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다. 액면 분활 때문이라기 보다 실적이 좋았던 덕분이다. 롯데지주·오리온홀딩스 등 액면 분할을 위한 재상장(신주권 상장)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전례도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당 2만1500원의 현금 배당을 진행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또 지난해 매출액은 2016년 대비 18.7% 증가한 239조5754억원, 영업이익은 83.5% 늘어난 53조645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