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의 설 전세기 증편 요구 거절…고조되는 양안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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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샤오웨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이 29일 기자회견에서 ’안보 앞에 양보는 없다“며 최근 불거진 M503 항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진=대만 민보 웹사이트]

장샤오웨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이 29일 기자회견에서 ’안보 앞에 양보는 없다“며 최근 불거진 M503 항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진=대만 민보 웹사이트]

“국가 안보에 양보란 없다.”
대만의 대(對) 중국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의 통일부 장관 격인 장샤오웨(張小月) 대륙위원회 주임이 29일 기자회견에서 국가 안보를 강조했다. 지난 4일 중국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지나는 M503 항로를 일방적으로 개통한 데 대한 반발이다. 대만 민항국은 M503 항로를 운항 중인 중국 둥팡(東方)항공과 샤먼(廈門)항공사가 춘절(春節·설) 귀성객과 유커(旅客·중국인 관광객) 운송을 위해 신청한 176개 임시 증편 항공 노선을 허가 마감 시한인 이날 승인을 거부했다.

대만 정부 “안보상 우려 있다. 힘에는 굴복 없다” #중국 인민일보 "유커 관광 감소로 348억원 손해 볼 것" #

대만 당국으로부터 설 연휴 증편 운항이 불허된 중국 둥팡항공 여객기들이 상하이 훙차오 공항 계류장에 머물러 있다. [사진=로이터]

대만 당국으로부터 설 연휴 증편 운항이 불허된 중국 둥팡항공 여객기들이 상하이 훙차오 공항 계류장에 머물러 있다. [사진=로이터]

양안 간 이번 항로 다툼은 중국 측이 M503 항로와 중국 둥산(東山)시·푸저우(福州)시·샤먼(廈門)시를 가로로 연결하는 W121·W122·W123선을 일방적으로 개통하면서 시작됐다. 대만은 유사시 중국 군용기 항로로 이용될 수 있으며 공군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장샤오웨 주임은 “M503 사건은 비행 안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상 우려가 있어 정부로서는 타협이나 양보 공간이 없다”며 “국내 각계의 의견일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주임은 “22일 양안 정책협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4.2%가 중국의 일방적인 M503 항로 개통에 반대하고, 63.4%는 해당 항로를 운항하는 항공사의 춘절 증편 노선 허가를 반대한다”며 “중국은 대만 인민의 단호한 의지를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지난 4일 일방적으로 발표한 대만 해협의 M503 항로. [그래픽=연합]

중국이 지난 4일 일방적으로 발표한 대만 해협의 M503 항로. [그래픽=연합]

대만은 동시에 타협의 여지도 남겨놨다. 장 주임은 “대만 국민을 이치에 맞춰 설득할 수는 있지만, 힘에 굴복시킬 수는 없다”며 “이른 시일 내 항공회담을 열어 기술적 소통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해 불안함을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둥팡항공은 지난 19일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미 106편의 설 증편 전세 노선을 신청했으며 승객 2만 명이 예약했다”며 “대만 정부는 민의에 따라 빨리 증편 노선을 허가해 여행객들에게 미칠 영향을 줄일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의 전세기 증편 거부로 승객 5만여 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천진성(陳進生) 대만 교통부 항공정책국장은 29일 “이미 예약한 승객은 홍콩·마카오를 경유하거나 ‘소삼통(小三通)’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삼통은 2001년 중국과 인접한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를 통한 통상·통항·통신 직교류 채널을 말한다.

천진성 국장은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의 고향 방문을 위해 진먼다오에 군용기 3편을 마련해 840개 좌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설 기간에 중국 항공사가 운행하는 대만 항공편은 313개 노선으로 지난해 314개와 큰 차이가 없으며 대만 항공사 노선은 105회로 지난해 92회에 비해 증가했다.

중국은 대만의 항공편 승인 거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9일 “대만 당국이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했다”며 “대만 여행업계는 올 2월 지난해 보다 4만~5만 명의 중국 관광객 증가를 예상했으나 이번 증편 불허로 9억5000만 대만 달러(348억원)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환구시보 역시 30일 “대만 민의기금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8%만이 당국의 불허 조치를 찬성하고, 43.8%가 반대했다”며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양안 정책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31%에 불과하다”며 대만 정부를 비난했다.

연초부터 양안 갈등을 고조시키는 다른 사건들도 발생하고 있다. 미 하원은 자국 관리의 대만 여행을 허용한 ‘대만여행법’을 표결 통과시켰고, 로마 바티칸은 중국 당국에 주교 임명권을 넘겨줌으로써 대만-바티칸 단교 가능성이 대두했다. 여기에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정부 시기 대만의 항의로 잠복했던 하늘길 다툼이 재개되면서 양안 갈등이 다시 동북아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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