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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사망자 75%, 암환자 91% 병원서 객사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료기관에서 숨지는 병원 객사(客死·집을 멀리 떠나 임시로 있는 곳에서 숨짐)가 끝없이 증가하고, 가정 사망은 계속 줄고 있다. 객사 증가는 죽음의 질이 나빠진다는 뜻이다.
 30일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6년 사망자(28만827명) 중 21만292명(74.9%)이 병원에서 숨졌다. 2015년 74.6%에서 0.3% 포인트 증가했다. 병원 객사는 사망장소 통계를 내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의 모습. 병원 사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의 모습. 병원 사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중앙포토]

반면 2016년 가정에서 편히 숨진 재택(在宅) 사망자는 4만3082명(15.3%)으로 전년 15.6%에서 0.3% 포인트 줄었다. 병원 객사 증가가 재택 사망 감소로 나타난다.

병원 객사 해마다 증가 #가정 사망은 15%에 불과

 병원에서 숨지는 것은 대표적인 객사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죽음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병원 객사는 매년 증가하고, 재택 임종은 줄어든다. 2001년 병원 객사(전체 사망자)가 39.8%→2011년 68.5%→2016년 74.9%로 늘었다. 재택 임종은 같은 기간 39.5%→19.8%→15.3%로 줄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병원 객사보다 재택 임종이 더 많았으나 2001년 역전된 이후 차이가 매년 벌어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도 병원 사망이 70%대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암 환자도 마찬가지다. 2016년 10명 중 9명 이상이 병원에서 객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편히 임종하는 이 6.9%에 불과하다. 2016년 전체 암 사망자는 7만8194명이다. 이 중 병원에서 91.2%, 집에서 6.9% 숨졌다. 나머지는 요양원에서 숨지거나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복지부는 병원 사망을 줄이기 위해 2016년 3월~지난해 7월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해왔다. 가정호스피스는 말기환자가 집에 있고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종교인 등이 가정을 방문해 생의 마지막 정리를 도와준다. 통증완화·감염관리 등의 의료서비스와 주변 정리 지원, 영적 상담을 제공한다.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해보니 이 서비스를 받은 암 환자의 20.9%가 재택 임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암환자의 재택 사망 비율(6.9%)보다 훨씬 높았다. 가정호스피스가 편안한 죽음을 돕는다는 뜻이다. 또 병원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다 집으로 가서 가정호스피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런 환자는 두 군데서 평균 63일 이용했다. 병원 호스피스만 이용한 사람(25.4일)보다 길었다.

 또 정부가 가정호스피스를 받다 숨진 환자의 가족(2323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93%가 만족감을 표했다. 암 치료기관 만족도(58%)보다 높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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