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에 참여 주민들 수만명 포착...잣대는 관통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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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음달 8일 인민군 창건일(창군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평양 김일성 광장에 대규모 주민들이 동원돼 행사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미국 상업위성에 포착됐다.

미국 상업위성 28일 오전 평양주민 수만명 김일성 광장 집결 포착 #꽃술로 대형 글자 세기고, 노동당기 추정 모양도 만들어 #열병식 대열 배경 장면 및 함성 연출 가능성 #군병력들은 아직 미림비행장서 훈련중 #"열병식 강행 잣대는 김일성 광장 가로지는 최종 리허설 '관통연습'"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무기들이 김일성 광장 주석단 앞 도로를 지나갈 때 광장에 모인 주민들은 대형 글씨를 새기며 분위기를 띄운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무기들이 김일성 광장 주석단 앞 도로를 지나갈 때 광장에 모인 주민들은 대형 글씨를 새기며 분위기를 띄운다. [사진 노동신문]

다음달 8일 열병식을 준비중인 북한이 대규모 주민들을 동원해 열병식 최종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에 포착됐다. 플래닛은 지난 28일 김일성 광장의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을 30일 공개했다. [사진 VOA}

다음달 8일 열병식을 준비중인 북한이 대규모 주민들을 동원해 열병식 최종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에 포착됐다. 플래닛은 지난 28일 김일성 광장의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을 30일 공개했다. [사진 VOA}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최근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이 김일성 광장 일대를 촬영한 사진을 30일 공개했다. 인공위성이 지난 28일 오전 11시 24분에 촬영한 사진에선 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노란색으로 만들어낸 대형 글씨가 보였다. 플래닛은 같은날 오전 10시 56분과 10시 17분에도 찍은 사진도 공개했는데, 이때는 글씨가 없었고, 대열이 앞뒤로 움직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업체가 같은 장소를 찍은 27일 사진에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때문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이 다가오며 북한이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열병식 종합연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평양 출신 탈북자는 “북한의 열병식에는 학생과 주민 수만 명이 동원된다”며 “이들은 ‘꽃술’이라고 부르는 꽃다발처럼 생긴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글자를 연출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자리를 옮겨가며 대형 글씨나, 꽃술을 동원해 카드섹션 형태의 모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열병식을 진행하며 도로 옆의 광장(주석단 맞은편)에 모인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거나 노동당기 등을 형상화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

이들과 별도로 북한군은 김일성 광장에서 동쪽으로 8㎞가량 떨어져 있는 미림 비행장에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고 열병식 훈련을 진행 중이다. 군 당국은 5만여명의 병력이 이번 열병식에 동원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각종 미사일 등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각종 행사 때마다 열병식을 진행해 왔다”며 “김정은이 지난해 핵 무력 보유 선언을 한 이후, 그리고 창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옮긴 뒤 첫 열병식이어서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림 비행장에서 훈련 중인 병력과 장비가 열병식이 열리는 김일성 광장에서도 예행연습을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에도 열병식을 준비했다가 취소하거나, 2008년과 2015년에는 오전에 예정했던 열병식을 오후로 미룬 적이 있다”며 “열병식에 참가하는 병력과 무기들이 김일성 광장으로 이동해 현장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관통연습’ 여부가 실제 열병식 진행의 잣대”라고 말했다. 관통연습은 김일성 광장에 마련된 주석단 앞 도로의 북쪽에서 남쪽으로(주석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실제로 이동하는 최종 리허설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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