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한파에 난방 안한 어린이집…대거 퇴소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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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낸 사과문. [뉴스1]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낸 사과문. [뉴스1]

광주의 한 어린이집이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광산구 등에 따르면 관내 D 어린이집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70여명 원생 중 50~60여명이 감기나 폐렴 등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6일 어린이집을 방문한 한 학부모가 단체톡방에 “어린이집 방바닥을 만져보니 어른도 발 딛고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고, 아이들은 입술이 파랗게 질려 떨고 있었다”고 알리면서 드러났다.

뉴스1에 따르면 D 어린이집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D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난방기를 틀었는데도 난방시설 자체가 열악해 난방되지 않고, 바닥이 미지근해도 공기 자체가 차갑다 보니 너무 춥다”며 “근무를 처음 시작한 2~3년 전에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원장에게 몇 번 제안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난방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어린이집 측은 “보일러가 고장 났다” “난방을 계속 틀었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D 어린이집은 전체 원생의 절반 정도가 어린이집 퇴소 요청을 하고, 광산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지난 27일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D 어린이집은 사과문에서 “연이은 한파가 몰아치면서 보일러를 풀가동하고 저녁에 난방을 끄지 않고 퇴근하는 등 최선의 노력에도 아이들이 지내기에 따뜻하지 못했다”며 “지하 강당과 같이 난방이 연결되다 보니 이번 한파를 견디지 못한 온수관이 얼어버려 온수와 난방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어 “모든 교실의 상황은 아니었고, 문제가 된 교실은 시설 점검한 후 사용하겠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시설관리에 관심을 두고 집중적으로 살피고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광산구는 학부모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이날 오후 불시점검에 나서 현장을 확인한 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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