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한때 한국 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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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용기 1대가 29일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또 무단으로 진입했다.

Y-8 수송기 계열 이어도 상공 KADIZ 진입 #일본방공식별구역으로 갔다가 역순으로 귀환 #비행 의도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미상 항적의 항공기가 이어도 서남방에서 KADIZ로 진입하는 것을 포착하고, 우리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했다”며 “중국 국적의 군용기임을 식별한 뒤 KADIZ를 벗어날 때까지 감시 비행을 하는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수 대를 해당 지역으로 보내 중국 항공기의 영공침입에 대비했다. 중국 항공기는 영공에 침입하지 않았다. 동시에 군 당국은 중국군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영공접근에 주의하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합참은 “중국 국적 군용기는 9시 55분쯤 이어도 동남방에서 KADIZ를 이탈해 JADIZ(일본 방공식별구역)를 비행하다가 오후 2시 5분쯤 이어도 서방 KADIZ 외곽에서 중국 방향으로 최종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의 영공침범에 대비하고, 항공관제를 쉽게 하려고 영공 바깥 구역에 설정한 가상의 선(線)이다.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이 구역에 진입할 때는 당사국에 사전 통보하는 게 관례다.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항공기가 이 선을 넘을 경우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대응한다. 중국 공군기가 침범한 방공식별구역은 한국·중국·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곳이다.

이날 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Y-8 계열의 항공기인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Y-8 항공기는 다목적 수송기로 제작됐지만 이를 개조해 전자전기로도 사용하고 있어 정확한 기종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지난해 12월18일 이후 42일 만이다. 당시 중국군의 폭격기와 전투기 5대가 이번과 유사한 비행경로로 KADIZ를 무단진입했다. 당시 중국 공군 대변인인 선진커(申進科) 대령은 “계획에 따른 정례적 훈련이고 관련· 국제법과 국제 실천에 부합하며 어떤 특정 국가나 지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군용기의 이번 비행목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말 무단진입 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직후여서 정치적인 의도로 볼 수도 있었다”며 “이번 비행은 자체훈련일 수도 있고, 한국이나 일본 등의 대응을 지켜보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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