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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약사 연구개발비 분식회계 조사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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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에 쓴 연구개발비는 자산일까, 비용일까? 국제회계기준(IFRS)에선 출시 시점이 임박한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쓴 비용만 자산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에서도 자산으로 처리해 왔다. 자산 처리된 연구개발비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면 손실로 돌변하게 된다. <중앙일보 2017년 3월 28일 B2면>

일부 회사, 시작 단계서 자산 처리 #신약 개발 실패하면 손실로 돌변 #당국 승인 후 자산화가 글로벌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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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28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행을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위반 가능성이 큰 기업은 분식회계 혐의도 조사(테마감리)해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자산은 땅·빌딩·특허권처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의미한다. 앞으로 돈을 벌어다 줄 재산만 자산으로 인정된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나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개발 중인 신약이 식약 당국 승인을 받기 전엔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종근당·유한양행 등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최소 임상 3상 이상으로 개발이 무르익은 단계에서만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다.

일부 신생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초기에 투입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우량 기업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 탓이다. 신생 업체들은 신약을 내놓기 전에는 오랫동안 적자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개발하는 동안 필요한 돈을 금융회사로부터 빌리거나 주식 시장에서 투자받기 위해 ‘자산 뻥튀기’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말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중 83곳(55%)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1만 개 신약 후보 물질 중 당국 승인을 받는 물질이 1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발 초기 투자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에 투입한 연구개발비만 자산으로 처리하는 내부 규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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