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상징 아웅산 수치 맞나?…“시위 대학생 퇴학”

중앙일보

입력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아웅산 수치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28일 AP통신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웅산 수치 정부가 이번에는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14명에게 집단퇴학이라는 강경 조치를 내렸다. 만달레이에 있는 야다나본 대학 소속의 이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 증액을 요구하면서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수치가 이듬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학생시위였다.

2016년 문민정부 후 첫 대학생 시위 #“교육환경 개선 위해 예산 늘려라” #정부, 14명 퇴학조치 “법대로 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엉뚱한 조언 #“인권 비판 무시해야. 시끄러운 무리일 뿐” #

미얀마 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AP통신 등은 “수치 정부가 민주화와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희생한 대학생들에게 가혹한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수치 정부의 민주주의가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에서 학생운동은 민주화 운동으로 일컬어질 만큼 그 의미가 크다. 반세기 동안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웠고, 수치의 민주화 투쟁도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대학생 시위 사태와 관련, 수치 정부는 “법대로 대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수치 집권 이후 미얀마의 상황은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치 정부는 그간 민족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군부 만행을 비판한 영화 상영을 금지하고, 로힝야족 문제를 보도한 기자들을 구금하기도 했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 대사.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 대사.

국제사회와 수치 정부 간 갈등도 점점 증폭되고 있다. 로힝야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 대사는 수치 정부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로힝야족 문제에 대한 수치의 현실 인식에 매우 큰 문제가 있다”며 “수치는 마치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미얀마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틀렸다고 본다. 수치에겐 도덕적 리더십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곤 “국제자문위는 미얀마 정부를 위해 진실을 가리는 조직에 불과하다. 이 조직에서 떠나겠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수치에게 엉뚱한 충고를 했다. 인도-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두테르테는 27일 수치 정부의 국가자문역을 만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고 필리핀 언론들이 전했다. 두테르테는 또 “인권 운동가들을 개의치 마라. 그들은 시끄러운 무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2016년 6월 대통령에 오른 두테르테는 무자비한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무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치범으로 15년간의 가택연금을 포함해 27년 동안 민주화 운동을 벌인 수치가 통치하는 현 정부에서도 국민의 입엔 재갈이 물려있다”며 “일각에선 수치의 노벨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