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억울한 옥살이…당시 판사 여상규 "책임? 웃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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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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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7일 동안 불법 구금을 당했고 고문도 당했는데…"
A. "지금 그런 걸 물어서 뭐합니까?"

[사진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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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원님.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거든요. 그거에 대해서는 책임을 못 느끼시나요? 의원님께서 어쨌든 1심에서 무기징역을…"
A.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

[사진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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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냐"는 질문에 "웃기고 앉아있네"라고 말했다. 여 의원은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81년 석달윤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석씨는 '고문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무기징역을 받고 98년 가석방되기까지 18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그는 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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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석씨의 아들 석권호씨는 아버지가 당한 고문을 상세히 털어놨다. 석씨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47일간 고문을 받았다. 아들 석씨는 "(아버지가)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나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경 정보과에 근무하며 대공업무에 종사하던 석씨는 영문도 모른 채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해야 했으나 그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들 석씨는 "아버지가 '검사 앞에서 진실을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SBS 제작진은 81년 1심에서 석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판사를 수소문했다. 그때 그 판사가 왜 (고문을 한) 수사관의 죄는 묻지 않고 석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는지를 묻기 위함이었다. MC 김상중은 "그와 몹시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여상규 의원 페이스북]

[사진 여상규 의원 페이스북]

석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판사는 여 의원이었다. 제작진과 통화에서 여 의원은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석씨를 혹시 기억하냐"는 질문에 "재판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한 열건 정도씩 하니 1년 이상 된 거는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진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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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 불법 구금도 당했고 고문도 당했는데"라는 말에는 "글쎄.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그런 걸 물어서 뭐합니까"라고 불편한 내색을 내비쳤다. 그러더니 "전화를 끊겠다"고 했다.

제작진이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 못 느끼냐"고 묻자 여 의원은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라고 말하며 통화를 끊었다.

이후 이 장면이 전파를 타자 여 의원 페이스북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 의원은 80~90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판사를 지냈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18대)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 새누리당(19대)·자유한국당(20대)을 거친 3선 중진 의원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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