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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당 전국구 공천의 배경|젊은 층·여성 대거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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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발표된 민정당의 전국구 공천내용을 보면 지역구 탈락 구제케이스로 윤길중·정석모·김종기 의원, 당 중앙위원 및 재정위원케이스로 김정길·조남욱·임인규·김동권·유석균·정병국 씨 등 6명, 당직자 및 당료 케이스로 채문식·조경목·최창윤·최상진·주성돈·이연석·심국무씨 등과 김원웅 청년국장 등 예비후보 성격의 국장급 8명이 들어 있다.
외교관출신으로 강영훈 전 주영대사를, 전·현직관료 몫으로 박철언·김길홍·안찬희씨 등 3명을, 경찰출신으로 홍세기 경찰대학장을 포함시켰다.
학계로는 나창주·박승재·이상회 교수, 실업계로 박태준·이재황, 금융계로는 이원조, 농축수산대표로 심기섭, 체육계대표로 신동욱, 노동계대표로 김동인, 청년대표로 김영길·김정일·조충훈, 이북5도 대표로 유기천·이재석, 영입 인사로 이동진·이도선, 군 출신으로 이광노(육군), 김종곤(해군), 김인기(공군), 법조계로는 이병용·강재섭씨 등이다.
그러나 지역구공천 탈락자의 구제용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얘기와는 달리 탈락자가 대거 전국구에 들어왔는가 하면 대통령 선거 때 사조직 등에서 기용돼 원칙과 명분을 끼워 맞춘 인상.
42번까지의 확정 권에 정석모(전 사무총장)·이동진(전 국민당 의원)·김종기(현 의원)·지연태(현 전국구)·양경자(전국구)·김정길(중앙위원)·안찬희(전 인천시장)·최상진(전국구)·주성돈(당 선전국장)씨 등 10여명이 지역공천탈락자 구제 케이스.
정 전 사무총장은 이상재 전 사무차장과의 공천경합과정에서 오래 전에 전국구로 예정되어 있었으며, 김종기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 최고득표 율을 기록, 상까지 타고 탈락됐던 것을 막판에 다시 구제.
당선 확정 권 밖의 지역구 탈락구제 케이스로는 마산 출마자로 내정되었다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구에서 밀린 김영길 전 MBC 기자(34)가 젊은 층 우대방침에 따라 회생.
이밖에 노태우 대통령의 동생 노재우씨가 이끌던 사조직 태림회의 부회장이던 김용희씨가 아슬아슬한 순번이긴 하지만 46번에 낀 것이나 이름이 생소한 인물 중에는 비 선상에 있던 인물들이라는 추측.
민정당은 이번 전국구 공천에서 지역구 공천 때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여성·당직자를 대거 진출시켜 당의 국회의원 구성에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번엔 12대 때에는 1명도 없었던 30대 인사를 6명이나 공천했으며 40대 22명, 50대 24명, 60대 9명, 70대 1명 등 40∼50대를 축으로 양쪽이 균형 있게 분포되도록 배치.
지역별로 보면 대구를 포함한 경북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을 포함한 경남 10명, 충남 7명, 서울·전남 각각 6명 순 이었고 이북 출신이 5명이었다.
민정당은 공천원칙에 대해 △지역구공천 탈락자에 대한 배려불가원칙이 적용되어 종래의 전국구가 갖던 인물구제 적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군 출신 몫을 3명으로 축소하여 문민정치의 의지를 입증하고△전국구 재 공천 불가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으나 철저히 적용되지는 못했다.
이번 인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정계 실력그룹」인 소위「TK 마피아」(대구출신에 경북 고 졸업생)의「막후인물」과「막후 실력자」가 포함됐다는 점.
이원조 은행감독원장은 노태우 대통령과 두터운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으며 노 대통령의 영향력 있는 개인자문 역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지난번 이현재 내각의 인선과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경제계를「막후」에서 조종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TK정통파 중견인 박철언 청와대 정책담당 보좌관은 한때「전두환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물이지만 원래부터 철저한「노태우 맨」. 5공화국이 시작되면서 청와대정무비서관으로 핵심역할을 맡아 내각제개헌 등 중요 정책결정을 입안했고 6·29 선언의 진짜 기안 자.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특별 팀을 이끌고 직접 선거를 지휘하기까지 해 심 부의 핵심 중 핵심. 노 대통령과는 인척간. 그가 국회에 진출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측도 있다.
법조계의 신진엘리트로 발탁된 강재섭 부장검사 역시 TK출신으로 박 보좌관과 거취를 늘 함께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보좌관의 법제연구팀으로 청와대에 있다 그가 안기부장(당시 장세동)특별보좌관으로 옮길 때 함께 안기부로 가 지금까지 파견 근무 중.
특히 강 부장검사가 등용된 것은 과거 검사장 급 이상이 전국구에 들어간 선례에 비춰 볼 때 파격적이라는 평. 앞으로 박 보좌관이 청와대·당간의 연락 역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김윤환 정무장관과 상보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들인데 이들이 노태우 체제의 핵심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들.
전국구1번을 놓고 채문식 대표위원과 경합(?)을 벌였던 이재형 국회의장은 예외가 있지만 전국구 연임금지라는 원칙에 걸려 아예 탈락했다.
이 의장은 그동안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 정력적인 치사를 하는 등 본인으로서는 왕성한 의욕을 보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지방출장을 다녀온 다음날인 9일 오전 이 의장은 면담신청을 해 놓았으나 채 대표가 아침에 공관으로 찾아가 탈락사실을 통보해 면담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노신영 전 총리는 본인이 적극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 데다 5공화국과의 연계를 고려, 제외됐는데 10일 전두환 전대통령의 귀국 환영 장에서 채 대표가 최종 제외됐음을 통보했다.
윤길중 전국회부의장은 지역구공천에서 탈락돼 완전「정계은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원내 고삼 역」으로 재기.
채 대표는『윤 전부의장은 당시 탈락된 게 아니며 후진에게 양보한 케이스』라며 당초부터 전국구배려를 생각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13대 국회에 재등장이 확실한 3김씨의「맞상대 인물」로 회 생한 케이스라는 후문.
채 대표는『윤 전부의장이 3김씨보다 훨씬 정치선배』라고 했는데 13대 국회 임시의장은 최고령(72세)인 윤 전부의장이 맡을 것이 확정적이며 정식으로 국회의장 후보에 강력 부상.
야권인물로 민정당이 눈독을 들인 인물은 고흥문 전국회부의장. 채 대표가 두 차례 만났으나 본인의 고사로 성사가 안됐고 고 전부의장 외에 몇몇 야당인사들을 검토해 보았으나 효용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야권 인사기용은 아예 배제했다.
이번 인선에서는 특별히 호남출신에 대한 배려에 고심했다는 후문.
호남지역에서 지역구출신이 대거 탈락될 것을 예상해 전국구에 별도의 호남 몫을 마련해 놓고 고재필·신형식씨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검토했으나 전남의 얼굴로는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탈락됐다.
대신 직능대표선정에서 같은 조건이면 호남 인을 넣는다는 방침에 따라 호남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꿩 대신 닭이 된 격으로는 경찰출신의 홍세기 경찰대학장과 이북출신대표들.
경찰 몫으로 처음에는 치안본부장·서울시경국장을 고려했으나 본인들이 고사했고 이북5도 대표로 이상순 이북5도민 회장도 끝까지 사양해 이북대표로 유기천(평남지사)·이재석 (함남지사)씨를 선발.
전국구에서 재기용된 지연태 의원은 외교관 케이스로, 양경자·김장숙 의원은 여성계대표로 다시 행운을 잡았다.
권익현 전 대표위원과 함께 지역구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한일의원연맹의원들을 대신해 창구역할을 맡을 인물로「다케시타」일본수상과 친분이 두터운 박태준 포철회장을 기용.
박 회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막후에서「중책」을 맡았었다.
이광노 디자인포장센터 이사장은 5·17로 등장한 신 군부가 지금까지「제대로 대접 못한 인물중의 하나」로 결국 한자리하게 됐다.
이번 후보인선에선 지난번 지역구 공천 때 군 출신을 대거 공천하면서 해군·공군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게 결국「부담」이 되어 김종곤 전 해군참모총장과 김인기 전 공군참모총장을 포함, 5공화국의 11, 12대 국회 땐 육군 외에 해군·공군·해병대 출신을 5명까지 안배하는 게 불문율이 되다시피 해 왔는데 좀 줄었다.
보통사람시대를 맞아 농민대표인 심기섭씨(강릉 단위농협 장)가 포함돼 있어 이채.

<문창극·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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