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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염증세포의 은닉처 지방, 다이어트로 뱃살 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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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5)

우리에게는 안타까운 역사 속 일화가 많다. 그중 의료 부분에서 일제의 한의학 말살 정책으로 인해 양의학 위주로 의료개편이 이루어지면서 한의사들이 탄압을 받은 사실이 있다. 한의학의 치료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조선의 장점인 많은 것을 말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면 한의사 자격 국가시험에서 출제 범위와 관련이 없는 문제를 내 줄줄이 낙방시킨다든지 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소화기 병엔 식사 시 국물 줄여야 #근육 인대 통증엔 스트레칭이 좋아 #열은 나쁜 기운 이겨내는 에너지

이 외에도 여러 치졸한 방법을 통해 한의사의 의료권한을 축소했지만, 한의학 효능에 대한 국민적 지지 덕에 해방 이후 한의과 대학과 함께 한의사 제도가 부활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대 의료체계가 동등한 지위로 유지되는 나라가 되었다.

'담'은 보통 근육통으로 인식하지만, 가래가 끓는 것을 말하는 '객담'을 말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담'은 보통 근육통으로 인식하지만, 가래가 끓는 것을 말하는 '객담'을 말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현대에서 ‘담’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담 결렸다고 할 때의 담이다. 보통은 근육통으로 인식한다. 또 하나는 객담 즉, 가래가 끓는 것을 말할 때도 쓰인다. 지금은 담이 아주 작은 범위로 축소됐지만 원래 한의학에서 담은 굉장히 넓은 범위로 쓰이는 용어다. 오죽하면 십병구담, 즉 열 가지 병 중에서 아홉 가지는 담음과 관련이 있다고 했을까. 그만큼 한의학적 병리관에서는 담음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담음은 혈액순환 정체(어혈)와 염증으로 인한 노폐물, 찌꺼기, 해독의 총칭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현대의 만성 염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급성염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침투로 인해 붓고 열나는 증상을 보이지만 만성 염증은 오랜 기간 몸속에 있으면서 뚜렷한 증상도 없이 서서히 진행한다. 원인도 식습관, 스트레스, 공해 등 생활과 관련된 것이 많다.

현대에서도 암이나 면역계 질환을 비롯한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많은 질환을 만성 염증에 의한 것으로 보듯이, 한의학의 담음도 내용을 살펴보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 속 담음의 내용을 다섯 가지로 나눠 살펴보고, 한의학 치료의 아주 큰 줄기 중의 하나인 해독요법인 ‘디톡스(Detox)’의 필요성을 제기해 본다.

담은 염증의 노폐물

첫째, 담음의 증상 중 속이 그득하고 뱃속이 꾸르륵거리며 배를 눌러보면 마치 밥사발 엎어 놓은 듯 만져지는 것이 있다. 소화불량, 변비, 역류성 식도염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된 식이요법에서 생긴다. 옛날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에도 식이조절을 잘 못 해서 소화기 병에 걸렸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지나치게 넘쳐나는 시대에는 식이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담음 중 식적담이라는 것이 소화기 질환을 대표한다. 소화기가 안 좋은 사람의 배를 눌러보면 특히 명치와 배꼽의 중앙 정도 부위에서 둥그런 것이 저항감 있게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이렇게 소화기가 굳은 것이 장 전체에 퍼져 있는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복강 내 염증에 의해 장이 단단하게 굳은 것이다.

이 외에 뱃속이 꾸르륵거린다든지 위하수 증상이 있는 것 같은 담음 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있다. 식사할 때 국물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한국의 식단에서 국, 찌개, 탕이 어느 순간부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다 보니 속이 그득해지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

밥 먹을 때 습관적으로 목을 축이는 사람, 음료수나 탄산수를  마시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가급적 물기를 줄여 식사하게 되면 소화기 증상들이 상당히 개선된다.

목이 뻣뻣하게 굳는 것, 날개뼈 사이가 항상 결리는 것, 다리에 쥐가 나는 것 등이 가벼운 담음 증상이다. [중앙포토]

목이 뻣뻣하게 굳는 것, 날개뼈 사이가 항상 결리는 것, 다리에 쥐가 나는 것 등이 가벼운 담음 증상이다. [중앙포토]

둘째, 몸의 통증도 역시 담음이다. 지금도 담 결렸다는 표현으로 남아 있듯이 목이 뻣뻣하게 굳는 것, 날개뼈 사이가 항상 결리는 것, 다리에 쥐가 나는 것 등이 가벼운 담음 증상이다. 손목, 팔꿈치 주변, 혹은 등이나 여러 곳에 지방종이라 불리는 부드럽고 몽골몽골한 느낌의 덩어리가 생기는 것도 담음이다. 그 외에 다친 적이 없는데 생기는 통증을 담음에 의한 것으로 분류한다.

근육에 염증이 퍼지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생긴다. 요즘은 근막동통증후군 같은 것으로 설명하긴 하지만, 근막에 통증이 생기는 것은 염증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의학에서는 담음이 생기면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근육이 굳어서 생기는 것으로 파악한다.

염증이 심하게 퍼진 통증이라 할지라도 스트레칭은 매우 효과적이다. 스트레칭은 몸을 늘리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근력운동도 함께 된다. 스트레칭 상태에서 가만히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근력운동이 된다. 스트레칭이 잘 돼 혈액순환이 되고 근력이 붙으면 염증도 점차 줄어든다. 근육과 인대 등 구조물에 의한 통증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스트레칭으로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염증으로 인한 발열이다. 염증이 있는 곳엔 필연적으로 열이 따라온다. 한의학에서는 온도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따뜻한 것이 생명의 기운이라 이 상태가 가장 좋다.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생명력이 갉아 먹히는 시초이고, 식으면 죽음의 기운으로 가는 것이다.

열이 나는 것은 나쁜 기운이 들어왔을 때 이겨내기 위해 몸에서 자생적 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차가워진 기운에서 염증이 생긴다. 찬 기운은 생명력이 떨어지는 것이니 염증을 일으켜 발열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염증은 한의학에서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기운을 도와주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피부병은 족욕으로 치료

상대적으로 아래가 따뜻하면 위가 식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는 족욕을 하도록 권한다. 송봉근 기자

상대적으로 아래가 따뜻하면 위가 식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는 족욕을 하도록 권한다. 송봉근 기자

열은 대부분 위로 올라간다. 아래위로 따지면 얼굴이고, 안팎으로 생각하면 피부다. 얼굴 방향으로 염증이 생길 때 많이 나타나는 것이 가래다. 또 비염, 구내염, 결막염, 편도선염 등 여러 염증성 질환이 얼굴에 생긴다. 피부에는 보통 열꽃이나 여드름 같은 뾰루지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무조건 차갑게 해 버리면 도리어 기운이 소모돼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차가운 성질의 약은 조심해 사용한다. 도리어 따뜻한 약재로 기운을 북돋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아래가 따뜻하면 위가 식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는 족욕을 하도록 권하는 편이다.

넷째, 부종과 과도한 지방 역시 담음에 의한 증상이다. 몸에 독소가 차 있다는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몸이 잘 붓는 것은 경계하고 고쳐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많은 분이 이 정도야 하면서 넘긴다. 보통 심장이 약해지면 손이나 얼굴이 붓고, 신장이 약하면 발이 붓는 편이지만, 정확한 것은 진료를 받고 나서야 알 수 있다. 혀와 눈두덩이 붓기를 무심코 넘기는 편인데, 이런  증상도 반복된다면 진맥을 받는 것이 좋겠다.

현대인에게 다이어트는 끊임없는 숙제다. 몸매 관리 등 미용상으론 개인의 취향이지만, 의학적인 면에서 지방이 많은 분에겐 다이어트를 권한다. 염증세포가 숨어 지내는 곳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염증이 있으면 지방이 더 많아지고, 지방이 많아질수록 염증도 심해진다는 논문이 수두룩하다. 몸속에는 내장지방이 있지만, CT 정도로 영상촬영을 해야 확인되기 때문에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대사증후군, 내장비만을 진단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는 누웠는데도 배가 들어가지 않고 옆구리 살이 쪘다면 내장지방이 많이 껴 있는 것으로 생각하자. 보통 살이 쪘다고 표현하는 것은 피하지방 때문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한약으로 기와 영양 균형을 맞추어주면 균형 잡힌 몸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 하나의 지방, 셀룰라이트도 관심을 가지자. 허벅지 뒤나 팔뚝 아랫부분같이 피하지방이 과도하게 물리면 셀룰라이트 조직이 된다. 손으로 짚으면 우둘투둘하게 만져지는데, 이런 현상이 심하면 담음이 많아 염증 역시 많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염증도 일으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대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을 방어하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염증도 함께 상승한다. [중앙포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대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을 방어하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염증도 함께 상승한다. [중앙포토]

마지막 담음의 원인과 증상은 정신적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야 만병의 근원이지만 염증까지 일으킨다고? 맞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대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을 방어하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염증도 함께 상승한다.

동의보감 속 담음의 여러 형태에도 스트레스와 감정 상태로 인한 증상이 많이 수록돼 있다. 한국인이 잘 아는 단어인 화병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심신증이 정신적인 원인에서 생기는 담음이다. 목이 켕기고 속이 더부룩하면서 답답하다. 가슴 한복판을 누르면 아프고 식욕이 떨어진다.

담음과 만성 염증의 원인과 증상을 볼 때 현대 진단 장비로는 검사하기가 참 까다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소화기 증상이 있다고 해도 내시경으로 진단하기 힘들고, 통증 역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발열은 체온계로 확인하는 정도지만 염증으로 인한 미열은 체온계로 확인이 어렵다.

오히려 저체온증이 더 많이 나타난다. 부종과 지방은 수치로 나타나지만 나에게 꼭 맞는 지방의 양을 측정하기도 모호한 면이 있다. 정신적인 것은 온전히 주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음과 만성 염증은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잘 관찰하고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처음 동의보감 건강스쿨에서 말했듯이 내 몸을 관찰하는 것, 이것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을 토대로 담음 증상과 만성 염증을 체크해 볼 수 있도록 10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바로 한의원으로 가 담음 치료를 받길 바란다.

1. 속에 가스가 잘 차고, 트림이 잦다. 변비나 설사도 있는 편이다.
2. 배를 눌러보면 말랑하기보다는 저항감이 있는 덩어리가 만져지는 느낌이다.
3. 이유 없이 담이 잘 결리고 근육통, 관절통이 잘 생긴다.
4. 자고 나도 피곤하고 눈곱이 많이 낀다.
5. 미열이 있는 듯 느껴지고 구내염이나 피부트러블, 손톱 부서짐 등이 생긴다.
6. 단 것이 자주 당기고 빵과 면 음식을 즐긴다.
7. 노력하는 것 같은데 살이 잘 안 빠진다.
8. 배가 나오고, 옆구리 살이 찌며 셀룰라이트가 만져진다.
9. 손, 발, 얼굴, 혀, 눈두덩이 등이 잘 붓는다.
10. 신경 쓰는 것이 있으면 목이 켕기거나(가래가 낀 느낌), 편두통이나 수면 부족 등에 시달린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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