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싸이월드 뉴스 서비스로 빅스비 IQ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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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 쇼핑몰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을 적용한 삼성몰 서비스를 인도에서 상용화했다.

삼성전자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 쇼핑몰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을 적용한 삼성몰 서비스를 인도에서 상용화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산업에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의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관련 산업에서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장 규모 2022년 1132억 달러 #글로벌 영향력 확대 위해 광폭 행보 #서울대·KAIST와 연구센터 개설 #구글 AI비서 만든 석학 영입도 #독자적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로 #스마트폰·가전과 시너지 효과 노려

삼성전자가 50억원을 투자한 싸이월드와 협업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싸이월드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빅스비에 탑재할 예정이다. 빅스비가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아내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뉴스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분석과 데이터가 담겨 있어 취향 분석에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뉴스를 활용해 빅스비에 사용자를 모으고 빅스비의 대화·명령 처리 능력을 향상시켜 최적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빅스비의 IQ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이라며 “사용자의 요구에 대해 좋은 아웃풋(답변)을 내놓으려면 빅스비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 석학 래리 헥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비서로 꼽히는 ‘구글 어시스턴트’, ‘코타나’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카이스트(KAIST) 등과 함께 연구센터를 개설했고,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 센터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이게 처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삼성의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는 게 IT업계의 분석이다. 구글·애플 등은 강력한 인공지능 파워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로봇·지능형검색 같은 미래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반면 삼성은 성장절벽에 부닥친 하드웨어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가공, 유용한 정보·통찰력을 뽑아내는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경쟁력과 제품 품질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16년 80억 달러에서 2022년 1132억 달러로 1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스마트폰·가전과의 시너지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예컨대 특정 가전에 장착한 인공지능을 사용자의 선호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하면 ‘록인효과’(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스마트폰·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를 자사 인공지능 앱 하나로 제어·관리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최근 스마트폰·가전 등에 장착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가 대표적인 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구글·아마존 등 다양한 곳과 협력하고 있지만 코어 부문(인공지능)마저 우리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매년 5억 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 기능이 월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TV·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제품만 연결해도 상당 수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활용은 최근 들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TV는 음성 명령만으로 특정 배우가 주연인 영화를 찾고, 실내조명을 영화 시청 환경에 맞게 조정한다. ‘2018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가족 구성원의 음성을 구분해 개인별 일정·메모를 확인하고, 보관 중인 식재료를 반영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해준다. 인도에서는 제품 사진을 찍으면 해당 상품이나 비슷한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삼성몰’ 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스마트폰·자율주행차·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대중화될 시기에 대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박수련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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