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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트럴파크’ 단독주택, 서울 재건축 아파트보다 더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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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지하철 2호선·경의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와 인접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지난해 초 3.3㎡당 2500만원 안팎이던 이 일대 단독주택 가격은 최근 3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방 세 개가 있는 공급면적 102㎡(옛 31평)짜리가 9억원대에 나온다.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 주변 대로변에 있는 물건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공개 #카페·상가로 개조하는 수요 급증 #1년 새 20% 상승, 매물도 적어 #마포·강남·성동구 10% 안팎 뛰어 #제주, 작년 이어 전국 상승률 수위

마포구가 서울에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남동이나 홍대 인근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아파트값이 뛰고 있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토교통부는 이달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의 평균 공시가격이 1억31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5.51% 올랐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은 평균 4억389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92% 상승했다. 전국과 서울 모두 2007년 각각 9.09%, 6.02%를 기록한 후 1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저금리로 인해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된 데다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사업으로 투자수요도 증가해 단독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표준 단독주택은 전국 개별 단독주택 418만 채의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이며, 재산세 등의 세금을 매길 때 기초자료로 쓰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느는 셈이다.

서울에선 마포구(11.47%)와 강남구(10.51%), 용산구(10.41%)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지난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12%)과 큰 차이 없는 수치다(부동산114 조사).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마포구의 경우 연남동 등 골목 상권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자 낡은 단독주택을 카페, 빵집 등 상가로 개조해 운영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성동구(9.58%), 서초구(9.39%), 송파구(8.13%)의 단독주택도 공시가격 상승 폭이 컸다. 반면 도봉구(5.01%)·중랑구(5.17%)·노원구(5.24%) 등 강북권은 서울 평균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전국 시·도별로 보면 제주(12.49%)가 지난해에 이어 상승률 1위를 유지했다. 제2 공항, 영어교육도시 같은 개발사업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률은 지난해(18.03%)보다 둔화했다.

서울이 상승률 2위를 기록했고 도시철도 개통 이슈가 있는 부산(7.68%), 수성구 내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활발한 대구(6.45%)가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대전(2.74%)·충남(3.21%)·경북(3.29%)·충북(3.31%) 등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표준 단독주택 중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1가구 1주택의 경우)은 1911채로 전체의 0.9%를 차지했다. 지난해 1277채(0.6%)보다 49.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종부세 부과 대상 단독주택 보유자 비율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재산세와 종부세는 누진 구조로 돼 있어,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오름폭이 더 크다”며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확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보유세가 1년 전보다 40~50% 오르는 곳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익명을 원한 한 세무사는 “정부가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등도 인상할 방침이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이날 공시가격이 공개된 표준 단독주택 중 가장 비싼 집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집이다. 지하 2층~지상 1층, 대지면적 1759㎡, 연면적 2862㎡ 규모로, 공시가격이 169억원이다. 1년 전(143억원)보다 18% 올랐다. 공시가가 가장 낮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연면적 33㎡짜리 주택(152만원)의 1만1000배가 넘는다. 그러나 이명희 회장의 주택은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전체 단독주택 중 최고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한남동 주택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집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221억원이다. 이번 조사에선 표준지 공시가격 상위 10곳 중 7채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한남·이태원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 누리집(www.molit.go.kr)이나 주소지의 시·군·구 민원실에서 다음달 23일까지 열람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3월 20일 다시 공시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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