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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ICT 평창 올림픽'이라더니 입장권 앱·교통앱 따로 만드는 조직위·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인 조너선 배던은 평창으로 가는 교통편을 검색하기 위해 24일 출시된 평창올림픽 공식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앱) 'Go 평창'을 설치했다.

'Go 평창' 앱에서 'Pyeongchang Village'를 검색하면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평장마을이 나온다. KT와 올림픽 조직위가 제작한 이 애플리케이션(앱)은 평창겨울올림픽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 정보 안내 전문 앱이다. [Go평창 앱 캡처]

'Go 평창' 앱에서 'Pyeongchang Village'를 검색하면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평장마을이 나온다. KT와 올림픽 조직위가 제작한 이 애플리케이션(앱)은 평창겨울올림픽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 정보 안내 전문 앱이다. [Go평창 앱 캡처]

배던은 평창에 가는 교통편을 찾기 위해 앱에서 '길 찾기(Path Finding)'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에 PyeongChang(평창)이라고 쳤다. 앱이 알려준 대로 서울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고속버스를 타면 나오는 곳은 황당하게도 전라북도 무주군에 위치한 '평장마을'이다.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해 최첨단 동계올림픽을 구현하겠다"는 정부·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후원 기업들의 홍보와는 달리 올림픽 관련 앱과 각종 서비스는 낮은 완성도와 미숙한 준비로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삼성전자와 KT가 출시한 올림픽 전용 스마트폰 앱. 삼성전자가 만든 '2018 평창 공식 앱'(왼쪽)과 KT가 만든 'Go 평창' 앱의 초기 화면. [앱 캡처]

24일 삼성전자와 KT가 출시한 올림픽 전용 스마트폰 앱. 삼성전자가 만든 '2018 평창 공식 앱'(왼쪽)과 KT가 만든 'Go 평창' 앱의 초기 화면. [앱 캡처]

평창겨울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와 KT는 24일 올림픽 전용 스마트폰 앱을 각각 따로 출시했다. KT가 이날 내놓은 길 찾기 앱 'Go 평창'은 KT와 올림픽 조직위가 함께 만든 교통 전문 앱이다. 목적지까지 이동 거리, 교통수단, 소요 금액 등 정보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글 지도 앱과의 큰 차이점이 거의 없는 데다 굳이 교통편을 찾기 위해 앱을 별도로 깔아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2018 평창 공식 앱'은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협력해 제작했다. 회사 측은 "앱 하나만으로 관광·숙박·교통 정보를 찾아보고 경기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창올림픽 공식 앱에서 주변 관광지로 소개한 'Cyprinid Village'(잉어 마을)를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평창군이 만든 앱과 똑같은 내용이 나올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잉어마을은 실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위치한 '어름치' 마을인데 영어로 어름치를 억지로 번역한 것이다. [앱 캡처]

평창올림픽 공식 앱에서 주변 관광지로 소개한 'Cyprinid Village'(잉어 마을)를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평창군이 만든 앱과 똑같은 내용이 나올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잉어마을은 실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위치한 '어름치' 마을인데 영어로 어름치를 억지로 번역한 것이다. [앱 캡처]

그러나 앱을 구성하는 주요 메뉴가 경기 관련 뉴스·일정·올림픽 스폰서 기업 소개 등 굳이 앱을 통하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앱에서 주변 관광지로 소개한 'Cyprinid Village'(잉어 마을)를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평창군이 만든 앱과 똑같은 내용이 나올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잉어마을은 실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위치한 '어름치' 마을인데 영어로 어름치를 억지로 번역한 것이다. 이밖에 평창과 관련한 관광 정보는 모두 지난해 가을에 올라온 게 가장 최신이었다.

평창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과 앱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화면. [트위터 캡처]

평창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과 앱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화면. [트위터 캡처]

또한 앱에서 연결된 평창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의 내용 중 절반은 한글로만 나와 있다. 경기 입장권을 구매하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들도 내국인들이 응모 대상이다.

 올림픽 조직위와 후원 기업들이 중구난방으로 앱을 출시하는 것도 문제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후원 기업 등이 제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 사용자들은 입장권·교통·경기 정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앱을 각각 따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앱스토어 캡처]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후원 기업 등이 제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 사용자들은 입장권·교통·경기 정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앱을 각각 따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앱스토어 캡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평창올림픽을 검색하니 삼성전자와 KT가 만든 앱 외에도 조직위가 제작한 '2018 평창 입장권' 앱, 강원도에서 만든 올림픽 게임 전용 '평창Gogo' 앱도 나왔다. "입장권·경기 정보·내비게이션 등 방문객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앱 한 개에 모두 넣었으면 더욱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림픽 동안 평창 등 한국 주요 도시를 찾는 1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시선이 주목되는 행사인 만큼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ICT와 관련해 기본적인 서비스를 얼마만큼 친절하게 잘 구현하는지가 'ICT 올림픽'의 성공 요건이라는 점을 조직위와 후원 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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