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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학도병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정부 보고서' 통해 확인돼

중앙일보

입력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우리나라 청년과 학생을 학도병으로 강제동원한 사실이 정부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학도병을 보도한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기사. [사진 행정안전부]

학도병을 보도한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기사. [사진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는 1940년대 일본이 ‘학도지원병’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동원한 청년들의 피해실태 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보고서는 행정안전부 과거사업무지원단과 고려대가 지난해 10~12월 공동으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를 담았다.

행안부-고려대, 일본 학도병 강제동원 실태 진상보고서 발간 #학도병 4385명 동원 구체적 자료… 생생한 피해 실상 드러나

보고서에는 학도병 제도 시행 배경과 동원 규모, 부대 배치 실태, 생존과 회고록, 일본군 부대 명부 등을 중심으로 학도병 동원 피해실태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지금까지 일제가 학도병으로 동원한 조선인은 4385명으로 추정됐지만,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 행안부는 이번 진상조사 보고서가 일제에 의한 조선인 학도병 동원 피해실태를 규명한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44년 1월 학도병 입영을 보도한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사진 행정안전부]

1944년 1월 학도병 입영을 보도한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사진 행정안전부]

조사 과정에서는 학업에 전념할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동원된 조선 청년들의 가혹한 생활과 고 김준엽 선생(전 고려대 총장)과 장준하 선생 등의 탈출과정도 발견했다. 징병자 명부도 목록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도지원병은 전문학교 이상 졸업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동원제도다. 1943년 말 기만적인 지원과 전형적인 절차를 거쳐 4385명을 강제로 동원했다.

이들은 1944년 1월 20일 일본군 부대에 입영한 뒤 훈련을 받고 조선 주둔 일본군을 비롯해 일본 본토와 중국 등의 전선에 배치됐다.

조사단은 학도병 동원과 직결된 ‘육군특별지원병 임시 채용 규칙’을 비롯해 일본 내 학병 징집제도 실태를 조사했다.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보도내용과 학도병 출신자 모임인 ‘1·20 동지회’ 회고록, 한국 광복군·독립유공자 명부,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 명부, 일본군 부대 명부 등을 자세하게 검토했다.

탈출한 학도병을 '도망(逃亡)'으로 기재한 일본군 명부. [사진 행정안전부]

탈출한 학도병을 '도망(逃亡)'으로 기재한 일본군 명부. [사진 행정안전부]

일본군 명부에는 목숨을 걸고 부대를 탈출한 학도병들의 사례가 기록돼 있었다. 평양 출신인 김준엽 선생은 1944년 1월 20일 입영해 보병으로 중국 서주(西州)에 배치됐다. 그해 3월 복통에도 “행군에 참여하겠다”며 부대를 빠져나온 김 선생은 광복군에 합류했다. 밀정까지 보내며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 일본군은 그를 찾지 못하자 서류에 ‘생사불명’으로 기록했다.

평안북도 삭주가 본적인 고 장준하 선생도 1944년 7월 서주에서 탈출해 자유를 찾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장 선생 역시 광복으로 활동하다 해방을 맞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꽃다운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몰아 희생시키는 등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를 사실대로 밝혀내야 한다”며 “앞으로 진실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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