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위안화 평가절상" 협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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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과 일본이 중국 위안(元)화에 대해 공동 압박작전에 나섰다.

일본을 방문 중인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1일 밤 시오가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와 관련, "중국은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 재무장관은 또 "앞으로 미.일 정부가 협조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안화의 환율 변동폭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평가절상을 하도록 중국에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노 재무장관은 2일 중국으로 건너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중국은 1991년 고정환율제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변경했으나 98년 이후는 변동폭을 달러당 8.276~8.28위안으로 한정, 사실상 고정환율제나 다름없이 운영하고 있다.

일 언론들은 2일 "비록 자극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중국 정부에 대해 고정환율제의 폐해를 강력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며 "미.일의 '위안화 포위망'에 중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위안화의 저평가로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연간 1천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싼 중국제 상품의 유입으로 미국의 실업자는 부시 정권 출범 이후 2백5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안되는 미 정부로선 위안화 절상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인 일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스노 장관은 최근 일 정부가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데 대해선 "시장원리에 입각한 유연한 외환시장이 필요하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선 일본의 경기회복이 절실하므로 어느 정도의 외환시장 개입은 용인한다는 게 속내지만, 중국이 "왜 인위적으로 평가절상을 억누르고 있는 일본은 놔두고 우리한테만 그러느냐"며 반발할 가능성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일의 압력에 쉽게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중국 측은 "위안화의 안정은 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나 금융의 안정적인 발전에 유리하다"(1일자 인민일보), "어떤 나라(일본을 지칭) 경제는 10년 넘게 정체돼 있으나 이는 자국의 경제구조 문제이지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절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1일 신화통신 논평)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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