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MB 정치보복 운운에 분노"…초강경 대응의 두가지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 청와대,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 청와대, 오종택 기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MB 정치보복 운운에 분노"…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직접 언급 #靑 "노 전 대통령 언급 불쾌감과 사법정의 부정에 강한 모욕감" #靑 "민주주의 가치 흔드는 데 인내하는 것이 국민통합 아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박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문 대통령의 말 그대로”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분노’라는 표현을 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분노’, ‘모욕’, ‘부정’ 등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을 쓴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MB의 기자회견에 대한 직접 대응 성격이다. MB는 전날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수사에 대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전날까지 ‘노코멘트’라며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분노’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초강경한 대응에 나선 배경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일종의 성역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한 것은 법질서에 대한 측면을 포함해, 개인적인 상당한 분노와 불쾌감까지 모두 포함됐을 것”이라며 “(MB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거론은 해서는 안 될 금도를 넘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분노’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의 그러한 말을 듣는 입장에서는 결코 센 발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전날 청와대가 ‘노코멘트’라고 했던 것은 (MB의 주장에 대해)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을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며 “(이날 반응은) 아침 회의를 거쳐 문 대통령의 말로 표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오종택 기자

또 다른 측면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프레임으로 진행하고 있는 검찰 수사 등을 MB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등 대통령 개인적 불쾌감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그것은 (MB가) 사법질서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그래야 하고 대통령의 분노는 (MB가)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과 연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검찰에 개입하는 것 같은 (MB의) 표현이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에 의해 탄생했고, 그러한 명령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MB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면서 대한민국 역사와 정의, 민주주의에 훨씬 강한 파급력을 미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이 청와대 안 대통령 관저에서 50여일 만에 다시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유우익 비서실장 내정자가 배석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이 청와대 안 대통령 관저에서 50여일 만에 다시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유우익 비서실장 내정자가 배석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나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며 “(청와대는)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것이 국민통합은 아니다. 적어도 정의롭지 않은 것, 민주주의의 가치를 흔드는 것 앞에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불안과 불행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게 정 중요하지 정치적 고려를 통해 하는 것은 혼란의 시기를 더 길게 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17/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17/ 오종택 기자

전날 MB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재차 ‘노코멘트’로 답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편가르기를 심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MB가) 금도를 넘어선 상황에서 청와대가 인내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전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한 입장 말씀드리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상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