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ID 기자에게 제공…오유 운영자 2심서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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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월 대선을 앞두고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 서울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중앙포토]

지난 2013년 1월 대선을 앞두고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 서울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중앙포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여직원의 아이디를 언론사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운영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벌금형 선고유예 원심 뒤집고 무죄 선고 #“범죄 사용된 아이디, 사생활 침해 경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오성우)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유 운영자 이모(46)씨에게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내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언론사에 알려준 아이디는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불법 사용한 아이디”라며 “국가기관의 조직적 범죄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직원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경미하다고 보여진다. 이씨가 범죄 행위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유에서 사용한 계정 11개, 게시글 91건 등 활동 내용이 담긴 정보를 언론사 기자에게 건넨 혐의를 받았다. 여직원 김씨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의 당사자다. 2012년 12월 12일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댓글 공작을 벌인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35시간 동안 대치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김씨의 노트북 등에서 댓글 공작 행적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운영자 이씨는 언론사에 아이디 등을 건넸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로 국정원 수사가 방해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었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다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유예일로부터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면소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과 경찰은 이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종북 사이트’라고 공격하고 있었다”며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 등을 통해 진실을 은폐한 점을 비춰보면 국정원 직원 아이디를 언론사에 제공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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