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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특활비 달러 환전, 2011년 방미 앞둔 MB 측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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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일부가 달러로 환전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 직전 청와대 쪽에 전달된 정황이 확인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희중(50)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했다.

김희중 전 부속실장 검찰서 진술 #원세훈 원장 당시 수천만원 규모 #누구 지시로 전달됐나가 수사 핵심 #MB 측근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어떤 경위로 전달됐는지, 이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순방 일정 중에 이 돈을 썼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달러로 환전된 국정원 특활비는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 전달됐다. 원세훈 전 원장 때다. 환전 액수는 수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원 전 원장 때 청와대 측으로 건네진 2억~3억원의 일부로 파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왼쪽)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왼쪽)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4박6일(10월 11~16일)의 국빈 방문에 나섰다.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했다. 이후 시카고·디트로이트 등을 방문했다.

검찰은 이 돈이 미국 순방 전 달러로 환전돼 전달됐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 부부나 수행팀의 순방 일정 중 ‘여비’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비용은 정식 예산 외에 통상 청와대 자체 특수활동비로 충당한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 예산으로 쓰여야 할 특활비를 국정원이 대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 돈이 누구 지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전달됐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돈의 출처와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뇌물수수 공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B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2011년 당시 미국 방문 일정 등 사실관계는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김백준(78)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과 김진모(52) 전 대통령실 민정2비서관, 김희중 전 부속실장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원 전 원장과 전임인 김성호 전 원장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또 특활비 중간 전달자로 의심되는 김주성,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2008년 김백준 전 기획관에게 특활비 2억원이 건네진 것과 관련해 김주성 전 실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특활비 상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냈다. 독대는 당시 류우익(68)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주선했고 류 전 실장은 최근 검찰 비공개 소환에서 “독대가 있었던 게 맞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김 전 실장에게)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흘러들어간 국정원 특활비가 김 전 원장과 원 전 원장 재직 때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비서관에게 각각 2억원씩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진·박사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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