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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름값’ 연 80억, 3년 새 20%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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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조인식에서 나란히 선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과 정운찬 KBO 총재. [뉴스1]

조인식에서 나란히 선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과 정운찬 KBO 총재. [뉴스1]

80억원. 프로야구의 ‘이름값’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한은행과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역대 최고 계약을 맺었다.

신한은행과 역대 최고액 3년 계약 #프로축구·농구·배구의 2배 넘어 #광고 효과는 2016년에 1433억 #전문가 “스폰 금액 적어 보이지만 #참여 경쟁 늘어 상품가치 인정”

KBO와 신한은행은 16일 KBO리그 타이틀스폰서 조인식을 가졌다. 올시즌 KBO리그 공식 명칭은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가 됐다. 2010년 출시된 ‘신한MyCar’는 자동차할부대출 프로그램이다. 금융기업이 KBO리그 타이틀스폰서가 된 건 삼성증권(2000~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최초다.

계약 규모는 3년간 총 240억원이다. 직전 스폰서인 타이어뱅크가 낸 금액(3년 200억원)에서 20% 증가했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고 금액이다. 신한은행은 2020년까지 3년간 정규시즌, 올스타전, 포스트시즌 등 KBO리그 전체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보유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KBO리그의 타이틀스폰서 후원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운찬 KBO 총재는 “신한은행과 KBO리그가 이번 후원을 계기로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 도입은 다른 종목에 비해 늦었다. 프로축구는 1993년 하이트를 시작으로 아디다스, 라피도, 프로스펙스 등이 정규리그와 컵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프로농구도 원년인 1997시즌 휠라(14억원)를 시작으로 현대전자(걸리버), 삼성전자(애니콜) 등이 차례로 후원했다. 프로야구는 2000년이 되서야 스폰서를 처음으로 구했다. 당시 KBO 기획팀장이었던 류대환 사무차장은 “단순한 수익 증대 뿐 아니라 방송 중계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명명권)를 활용하자는 계획이었다. 타이틀 스폰서가 생긴 뒤 중계권과 광고 시장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금액

역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금액

삼성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시즌 동안 연간 30억~45억원(이하 추정금액)을 지원했다. 삼성증권, 삼성전자가 대회명을 썼다. 그러나 프로축구, 농구 스폰서도 맡았던 삼성은 ‘스포츠계를 독식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손을 뗐다.

이후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운영하던 CJ인터넷이 프로야구 이름을 사용했다. 2009년 KBO와 3년 계약(연 35억원)을 맺었다. 그러다 2011년엔 롯데카드가 더 좋은 조건(50억원)을 제시하면서 스폰서가 됐다. 이후 식품업계인 팔도(2012년·65억원), 한국야쿠르트(2013~14년·65억원)가 차례로 나섰다. 2015년부터는 타이어뱅크가 3년간 참여했다. 국제대회 성적이 향상되고, 9·10구단이 탄생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시작은 늦었지만 야구는 빠르게 경쟁 종목을 뛰어넘었다. 프로축구 K리그는 지난해부터 KEB하나은행이 4년 계약을 맺고 매년 35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프로농구는 지난해까지 KCC가 30억원을 냈다. 2017~18시즌은 KGC인삼공사가 맡았으나 금액은 발표하지 않았다. 여자농구는 올시즌엔 신한은행이 스폰서다. 농구는 남녀 모두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돌아가며 스폰서를 한다. 돈을 내겠다는 기업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프로배구는 올시즌부터 3년간 도드람양돈농협조합과 3년(연 30억원) 계약했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스폰서를 맡았던 타이어뱅크는 TV 및 온라인 중계와 미디어를 통한 노출 시간과 빈도를 CPT(Cost Per Thousand) 방식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광고 효과는 1253억원, 2016년은 1433억원이었다. 광고 효과 대비 스폰서 금액은 20분의 1에 불과하다. 기업이 횡재한 것일까, 조사가 잘 못 된 것일까.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시장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누가 이득을 본 건지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폰서 금액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은 광고효과가 있다는 반증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야구’가 상품가치를 인정받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타이어뱅크의 조사가 맞다면 앞으로도 스폰서 금액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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